"지거국에도 대기업 계약학과" 신설 또 신설...수도권만큼 늘린다

정인지 기자, 황예림 기자
2026.09.15 07:00

[계약학과, 스무살에 취업 끝낸다](下)

[편집자주] 취업난 속에서 대학 입학부터 진로가 보장되는 대기업 계약학과의 인기가 뜨겁다.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조기에 확보하고, 학생은 장학 혜택과 함께 취업을 보장받는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국토균형발전 정책에 발맞춰 지방대 내 대기업 계약학과가 신설돼 청년 정주 여건도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중소기업과 연계된 조기취업형 계약학과의 경우 여전히 수험생의 선호도가 낮아, 기업의 처우 개선과 인식 제고를 위한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거국에도 대기업 계약학과 '수도권만큼'..."최상위 학과될 것"

지방거점국립대(지거국)에도 대기업이 설립하는 계약학과가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 '지방대 살리기'의 불쏘시개 역할을 해낼지 주목된다. 계약학과는 정원이 보통 20~30명에 불과하지만, 교육부는 기업의 지방 투자가 시작돼 청년들의 일자리와 결혼, 주거 등 안정적인 삶의 터전이 마련되면 지방대와 지역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대 홈페이지./사진제공=부산대

◇계약학과 신설에 부산대, '서울 강남'에서 입시설명회

14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7학년도에 처음으로 개설된 부산대의 스마트가전공학과(LG전자) 수시 경쟁률은 30.15대 1을 기록했다. 20명 모집에 603명이 지원했다. 지거국 9곳의 평균 수시 경쟁률이 8.96대 1, 전국 대기업 계약학과의 경쟁률이 23.48대1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인기다.

입시업계에서는 첫 모집이라 합격선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부산대 메디컬을 제외한 최상위학과로 1점대 중반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부산대 한의대는 1.5등급, 화공생명공학과는 1.7등급(교과) 수준이다.

그동안 부산대에 계약학과는 덕산하이메탈, KWT솔루션 등 중견·중소기업과 연계된 석박사 과정만 있었다. 계약학과는 산학인재 양성을 위해 2003년 도입됐지만 지방대와의 협업은 손에 꼽는다. 우수한 학생들이 일자리가 다양한 수도권을 선호하고 지역에는 대기업의 R&D(연구개발) 시설이나 주요 사업장이 많지 않다보니 그동안 대기업-지방대 계약학과는 경북대 1곳(삼성전자 모바일AI공학전공)에 그쳤다.

반면 2021년 고려대와 연세대에서 반도체 계약학과가 생긴 것을 기점으로 2023년에는 고려대(2곳), 연세대, 서강대, 한양대에 5개 계약학과가 신설되면서 우수한 이공계 인재의 지방 이탈은 더욱 심각해졌다.

김연경 부산대 입시홍보팀장은 "기업과 협약이 빠르게 이뤄진 덕분에 다른 지거국보다 먼저 계약학과를 신설하게 됐다"며 "수시 20명 중 10명은 지역인재전형으로 모집해 학생들의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부산대는 올해 지거국 중에서는 최초로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입시설명회를 개최했다.

◇2028학년도 이후 추가 신설 잇따라

지거국 대기업 계약학과 현황 및 계획/그래픽=윤선정

교육부는 지거국을 중심으로 계약학과 규모를 교당 80명 수준으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도권만큼'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8학년도에는 부산대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엔진 등 한화 계열사 3곳이 공동 운영하는 계약학과를 만든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도 반도체 계약학과를 논의 중이다. 전북대는 현대자동차 연계 미래 첨단산업 계약학과를 추진 중이다. 전남대도 시기는 미정이지만 석박사 과정으로 삼성전자 40명, 앰코코리아 10명에 예정돼 있다.

다만 계약학과는 기업의 사정에 따라 모집 규모가 줄거나 사라질 수도 있어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손잡았던 경기도 가천대 클라우드공학과는 기업 요청으로 올해부터 계약학과 모집을 중단했다. 2026학년도 학생까지는 기존 협약 절차에 따라 입사가 가능하다.

경북대도 2027학년도 삼성전자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인 IT대학 전자공학부 모바일AI공학전공(학·석사통합과정)을 모집정원 30명에서 20명으로 줄였다. 기존 학사 과정 지원을 학·석사로 개편하면서 지원 규모 등을 고려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석·박 패스트트랙과 같은 기간 단축, 현직 기업인의 전임교수 임용 등 기업이 계약학과를 설립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하고 대학과의 대화를 지원하고 있다"며 "지거국 계약학과는 수도권에 인재가 몰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위권이라면 '조기취업형' 고려…처우·인식개선은 과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와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차이/그래픽=김지영

중위권 학생들도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는 '조기취업형 계약학과'에 도전해 볼 수 있다. 대기업 계약학과만큼 인기는 아니지만 등록금을 절반 이상 지원받고 2학년부터 기업에서 근무할 수 있어 조기 취업을 원하는 수험생에게 좋은 대안으로 평가된다. 다만 학생들의 눈높이가 높아 진학 상담교사들도 적극 추천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를 다수 운영하는 대표적인 대학은 한양대 ERICA(에리카)캠퍼스, 가천대 등이 있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학생들은 1학년에는 학교를 다니며 전공 기초능력과 현장실무 기본교육을 집중 이수하고 2~3학년에는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실무 역량을 쌓게 된다.

경쟁력을 갖춘 기업도 적지 않다. 한양대 에리카 스마트융합공학부와 협약을 맺고 3명을 선발하는 파크시스템스는 원자현미경(AFM) 기반 반도체 계측장비 시장 세계 1위 기업이다. 고부가가치 첨단소재 기업 SKC도 한양대 에리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스마트융학공학부에서 2명을 모집한다. 코스닥 상장사인 반도체 장비 전문기업 프로텍은 가천대 반도체·디스플레이학과에서 2명을 선발한다. 이 학과는 3~4등급의 학생들이 많이 지원한다.

학업과 함께 실질적인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경일대 G-반도체공정설비학과와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극동에너지에서는 계약학과를 통해 입사한 학생이 태양광 모듈 유지보수를 위한 제어 시스템 아이디어를 제안해 개발 단계에 참여했다. 태양열 제품 데이터를 분석해 부품 교체 주기를 예측하면서 설비 가동률을 크게 높인 사례도 나왔다.

구미대 AI뷰티클러스학과와 협력하는 에코바이오의학연구소에서는 학생이 기업의 R&BD(사업화연계기술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고객의 피드백을 분석하고 실무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성과를 냈다.

다만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참여 기업 가운데에는 업력이 짧아 조직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기업도 있어 선별할 필요가 있다. 학생이 기업에 근무한 뒤 적성에 맞지 않아 재학 중 퇴사하면 학교에서 제적 처리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과정에서는 야간 수업까지 들어야 해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번아웃을 겪을 우려도 있다.

경기진학정보센터 상담교사 A씨는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기업 면접이 중요해 합격자의 내신 등급은 천차만별"이라며 "중위권 학생들이 많이 도전하지만 학생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다보니 먼저 추천하기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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