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0일 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가족들이 2미터가 넘게 쌓인 눈길을 뚫고 금강산 상봉장에서 조우를 했다. 젊어 헤어진 그들은 이제 고령층이 됐다. 어느 할아버지는 가족을 보겠다는 일념하에 응급차에 호송돼 왔다. 그 할아버지 전담 취재를 맡았던 나는 지금은 영면하신 그 분이 가족을 만나자 기적적으로 힘을 찾고 앉아서 대화까지 나누던 모습에 울컥했다.
시간이 없다. 이산가족들은 연로하다. 직계 아닌 가족들의 상봉은 그리움보다 의무감이 앞서 서먹하기까지 하다. 눈물조차 마르지 않았을까 두렵다. 그래서 당시 새벽녘 금강산 자락에서 문 담배가 유독 썼나보다.
따뜻한 남녘땅의 사람들 위에도 찬 서리가 내렸다. 탈북자단체가 대북전단 선전전을 펼치며 냉기를 뿜는다. 한 편에서는 가족들을 한없이 그리워하고 다른 편에서는 처했던 현실의 끔찍함에 '증오'를 쏘아 올렸다.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이다. 우리 힘으로 해방을 못 이뤄서일까 남북은 서로에게 '탓' 하며 원죄에 대한 '형구'를 씌우고 있다. 더 이상 그리움에 쓰러지지 않고, 적대감의 활시위를 당기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마침 지금 서로가 손을 내밀었다. 우리 정부의 남북 대화 제의에 북한도 신년사로 화답했다. 한 발짝 더 나아간 '최고위급 회담' 이른바 '정상회담'의 가능성도 내비쳤다. 판은 짜여진 셈이다.
기회는 많았다. 놓쳤을 뿐이다. 이번에는 잡아야 한다. 분단의 70년 너무 길다. 당장 하나가 못되더라도 하나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을 하기에 적기다. 어렵게 가지 말고 쉬운 것부터 가야 한다. 거기에 박근혜 정부의 큰 과제가 있다.
5.24 조치를 우선 해제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통일대박'으로 가기 위해서는 걸림돌인 5.24조치라는 돌부리를 들어내야 한다. 여당 의원들조차 해제를 주장하는 5.24조치를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숨통을 틔워야 한다.
박 대통령이 밝혔듯이 인도적 지원은 정세와 무관하게 진행하되, 민간교류의 폭도 넓혀야 한다. 사람들 인식의 변화는 민간 교류에서 직접 느끼게 하는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은 이미 우리는 독일의 사례에서 학습했다.
우리 주변국을 지렛대 삼아 북한이 세계로 걸어나오게 하는 노력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제발 부탁이다. 대화제의다 아니다 이런 류의 부산은 떨지 말고, 당국 간 조용한 접촉을 통해 내실있는 성과를 내주기를 바랄 뿐이다. 분단 70주년, 지금이 남북 간 새로운 역사를 위한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