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들었을 때는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후 과정을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김무성 대표 수첩' 사건의 한 가운데 있는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한 얘기다.
이 전 비대위원은 지난해 12월18일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이 청와대 문건 유출 배후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유승민 의원을 지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 1월6일 김 대표에게 알렸다. 19일 만이다.
김 대표에게 왜 그렇게 늦게 알렸느냐는 질문에 이 전 비대위원은 "처음 들었을 때는 허무맹랑하다 생각했는데, 이후 진행 과정을 보니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수준이 아니라 (김 대표를) 슬금슬금 골탕 먹이려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연초에 김 대표에게 '음해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음 행정관 발언이) 완전히 신빙성 없으면 얘기 들을 가치가 없는데 이것이야말로 국정농단이라고 생각했다"며 음 전 행정관을 겨냥했다.
이 전 비대위원 주장을 들어보면, 김 대표와 친박계 간 고조되는 긴장 속에서 음 전 행정관의 발언은 갈등을 키우는 꼴이라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청와대 보좌진의 일탈 행동이 아니라 김 대표를 향한 친박계의 비판과 맞물려 있다고 본 것.
실제 지난해 말 김 대표와 친박계 사이는 어느 때보다 냉랭해졌다.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계 의원 7명은 12월19일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식 만찬을 가졌다. 이후 양 측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여의도 연구원장 선임을 두고 부딪쳤다. 친박계 의원들은 김 대표가 당을 사유화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 전 비대위원은 또 음 전 행정관이 '김무성·유승민'을 언급한 것에 대해 재차 확인했다고 했다. 유승민 의원실에서 인턴을 했던 그는 "그날 (음 전 행정관에게) 내가 유 선배랑 이런 저런 관계에 있는데 이 얘기 하는 것은 두 가지 중 하나 아니냐, 김무성·유승민에게 전하라는 건지 아니면 (음) 선배가 센 팩트를 쥐고 있는 거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음 전 행정관은 "이준석 전 비대위원에게 문건 유출 배후가 김무성·유승민이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며 "최근(6일)에 왜 (김 대표에게) 얘기했는지 저는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전 비대위원은 음 전 행정관의 대답을 두고 "음 전 행정관이 내게 방송에 나가 팩트(사실)가 아닌 말은 하지 말라고 했다"며 "(저는) 팩트만을 말할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음 전 행정관은 15일 면직 처리됐다. 이 전 비대위원과의 만남 후 28일만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음 행정관이 오후 2시1분 총리 전결로 면직 처리됐다"며 "발언 사실 여부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조사 중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