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참배, 문재인이 달라진 이유

김성휘,박광범 기자
2015.02.09 17:23

[the300]대선후보때 참배 않아…'반성' 강조했지만 한계 극복 시도

서울 국립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앞에 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 두번째)/사진=박광범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9일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것은 적잖은 의미를 담은 정치적 승부수다. 야당 대표로서도 파격적이지만 본인이 대선후보일 때 이곳을 찾지 않았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더 눈길이 간다.

2012년 9월 16일 대선후보로 확정된 그는 17일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박 전 대통령 묘소엔 들르지 않았다. 이게 논란이 됐다. 상대방인 박근혜 후보는 국민통합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이에 문재인캠프는 트위터로 그의 발언을 소개했다.

"나도 박정희 대통령 묘역에 언제든지 참배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가해자 측의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통합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된다면 언제든 묘역을 찾겠다."(2012년 9월 18일)

문 대표가 제시한 선결과제부터 논란의 여지는 있었다. 가해자·피해자 구분이 전제인데 이것 자체가 국민통합을 저해한다고 볼 수 있다. 대선 경쟁자이던 안철수 의원은 며칠 뒤(9월20일) 박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2년 반이 지난 지금, 문 대표가 '가해자의 반성'이 이뤄졌다고 보는 것도 아니다. 그는 참배 후 기자들에게 "진정한 국민통합이 묘역참배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가해자 측 반성에 이어 피해자가 용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생각을 바꾼 걸까.

야권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후 대선기간 약속한 통합과 소통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다고 비판해 왔다. 이런 야권과 박 대통령의 대립은 시간이 갈수록 격화할 전망이다. 총선·대선 등 굵직한 선거가 다가오는데다 대통령 인기는 집권 초반보다 떨어졌다.

문 대표는 이런 가운데 당권을 잡았다. 총선을 겨냥한 외연확장이 당면과제다. 강하고 선명한 야당을 목표로 삼고 임기 첫날부터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뚜렷이 한 것도 이런 이유다.

박 대통령 지지에서 이탈한 중도층을 겨냥한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 참배는 좋은 카드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환영 논평을 냈다.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옳은 결정"이라고 밝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차별화되는, '문재인 정치'가 시작됐다는 해석도 있다. 문 대표는 과거사, 특히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 문제를 어떻게든 털고 가야 한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통령 평가는 문 대표에게 큰 짐이다. 그의 정치적 배경이자 동지였던 노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만큼이나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문 대표는 대선때도 그 후에도 '노무현'이란 그림자에 짓눌려 있단 지적에 시달렸다. 친노냐 비노냐 계파구분에 여러차례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야권서 금기시되던 박정희 대통령 묘소 참배를 단행한 것은 자신이 먼저 '벽'을 깨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 것으로 읽힌다. 외부는 물론, 당내 비노·중도 세력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정청래 최고위원 등이 공개 반대했지만 참배 의사를 접지 않은 것은 이런 고민의 결과인 셈이다.

그의 '승부수'가 먹힐까. 적어도 자신의 한계를 넘어보려 한 점은 신선해 보인다. 하지만 결과를 단정하기엔 이르다. 이제 대표 임기 첫날을 보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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