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에서 방망이를 두드린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수정 보완 요구에 휩싸였다. 국회는 여론에 떠밀려 설익은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비난과 함께 등 떠밀리듯 뒷수습을 해야 할 처지가 됐다.
당장 대한변호사협회가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신청을 제기할 예정이고 한국교총도 위헌소송을 준비 중이다. 국회 내에서도 보완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김영란법, '논란' 대목은=김영란법을 수정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영역은 크게 다섯가지로 압축된다. △언론인 및 사학관계자 등 민간영역 적용 확대 문제 △국회의원 및 시민단체 등 영향력 있는 기관이 제외되는 형평성 문제 △배우자 금품수수시 신고를 의무화에 대한 위헌 가능성 문제 △금액 기준과 직무관련성의 형평성 문제 △부정청탁 기준의 모호성 문제 등이다.
언론기관이나 사립학교를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부분은 당초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제안했던 내용에선 없던 부분이다. 공직기관 종사자에 국한됐던 대상 범위에 나라살림으로 운영되는 언론기관과 교육기관이 포함되면서 국회 논의과정에서 전체 언론과 사립학교까지 확대됐다. 법안 제안자인 김 전 위원장도 민간영역까지 확대되는 것에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선출직 공무원의 김영란법 적용 예외 규정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이들은 직무연관성이 없는 금품 등을 수수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되지만 부정청탁 금지 조항은 적용받지 않는다. 지역민의 민원을 들어야 하는 고유 업무를 감안해 통로를 열어둔 것인데, 공익적 목적 구분이 모호하고 이들만 민원을 취합해야 하는 지에 이견이 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시민단체나 금융기관, 전문직 종사자 등도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영란법 통과에 유보적 입장을 견지해 온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날 "시민단체 등은 제외되고 언론과 사립학교만 포함된 것은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관철되지 않은 것"이라며 "적용 대상을 시민단체 등까지 무한정 늘리는 것 보다는 당초 원안대로 '공직자'로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우자의 금품수수를 신고하는 조항은 위헌 논란에 휘말렸다. 사실상 연좌제에 해당하는 것으로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배되는 내용이라는 지적이다.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에 나선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 등 반대표를 행사한 의원들은 반국가단체 구성활동에서도 적용하지 않는 '부부간 불고지죄'의 위헌소지를 문제삼았다.
100만원 초과 금품에 대해 직무연관성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하고, 100만원 이하 금품수수는 과태료만 부과하는 내용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금액을 기준으로 형사처벌과 과태료로 나누는 것이 형사법 체계상 부적절하고 맞지 않고 직무관련성 불문 조항도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2일 여야 원내지도부 마라톤협상에서 이 사안을 가지고 상당시간을 할애했으나 금액을 규정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법 적용의 모호성을 우려해 야당의 주장에 따라 금액을 규정하기로 합의했었다.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정청탁 조항도 논란이다. 15개 금지 유형과 7개의 예외 유형을 규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모호하다는 평가다. 때문에 야당에서는 검·경이 김영란법을 이용해 입맛에 맞는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국회 수정보완 검토 '고심중'=본회의 통과 이후 김영란법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이 표면화되자 국회에서도 김영란법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유슴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입법의 미비점이나 부작용에 대해 모든 목소리를 듣고 1년 반 준비기간 동안 입법보완이 필요하다면 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국회와 당이 해야 하는지 생각해서 지도부와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김영란법을 개정하기 보다는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통해 제도정비에 나서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아직 시행하지 않은 법을 개정하는 데 따른 부담감과 통과된 김영란법이 세부규칙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어 보완의 여지가 남아있어서다. 이런 견해에 대해 여야도 뜻을 같이 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현재 공무원윤리강령에 명시된 규정(식사제공 3만원, 경조사비 5만원, 화환 10만원)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현실적이지 않아 조정돼야 한다"며 "공직자윤리법의 윤리강령과 김영란법 시행령을 만들 때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김영란법에 대해 신중론을 펼쳤던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도 "적용 대상에 언론과 사립학교가 포함된 부분, 직무관련성 없는 금품 수수 부분 등에서 위헌성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 법안은 국회 논의를 거쳤으므로 통과된 법률이 혼란 없이 집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시행령과 내규를 만드는 과정에서 보완해 논란을 해소토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하루만에 김영란법 개정론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불편한 뜻을 숨기지 않았다. 강하게 법안 통과를 추진해 온 야당 입장에서 부실입법 논란의 책무가 크다는 해석으로 읽힌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전북 일정 중 김영란법 수정 의견이 나오는 것과 관련 "어제 통과됐는데 언론이 너무 앞서가는 말씀이다"고 말했고, 유윤근 원내대표도 "제정하자마자 손대는 것은 졸속입법임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편 이번 통과안에서 제외된 '이해충돌' 부분은 아직까지 제자리 걸음이다. 지난달 김영란법 후속 논의를 이어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무위는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의 입법 방향에 대한 국회의 요구와 정부 입장차만 확인했다. 이에 당초 부정청탁 금지, 금품 수수 금지, 공직자 이해 충돌 방지 등 3개 영역에서 공직자를 자신의 가족과 이해관계가 있는 업무에서 배제한다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빠지게 돼 반쪽 짜리 법안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