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정치를 너무 모르는 것일까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발언입니다. 정확히는 2012년 대선의 1년 뒤 출간한 '1219 끝이 시작이다'(2013)에 있습니다. 아무리 패배했어도 선거대책위에서 애쓴 사람들이, 손놓고 있던 사람들에게 도리어 비난받는 것이 이상하다면서 한 말입니다.
2015년 5월3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선주자군 가운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상승세가 뚜렷했습니다. 반대로 문재인 대표 인기는 하락했습니다. 재보선 직후여서 당연한 결과겠지요. (☞관련기사:재보선 승리의 힘, 차기 대통령 적합도··· 김무성 급부상)
이런저런 재보선 결과 분석과 대안 제시가 엇갈립니다. 저는 문 대표에게 몇가지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정치를 모르는 것이냐'고 묻던 문 대표처럼 말입니다.
◇뚜벅이 문재인 vs '새줌마' 김무성
재보선 참패는 당을 심각한 내홍으로 밀어넣고 있습니다. 4일 아침 최고회의에선 지도부가 수많은 카메라 앞에 보란듯이 서로 비난을 주고받았습니다. 낯뜨겁기까지 했습니다.
이날 광주를 찾은 문 대표가 어떤 수습책을 내놓을지 이목이 쏠립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무엇이든 문 대표가 다시 한 번 '진정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까지 줄곧 그랬으니까요.
돌이켜보면 문 대표는 평소 진심, 진정성을 자주 언급했습니다. 2012년 대선기간, 4.29 재보선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온종일 걷는 뚜벅이 유세로 일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유권자들에게 간절하게 진심을 다해 다가가야 하고, 그러려면 힘은 들지만 한 분 한 분 직접 뵙는 것이 가장 좋은 유세방법"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4,29 재보선에서 진짜 진정성을 보인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다른 선거요인 다 제쳐두고 지원유세만 보겠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빨간 삼지창을 들고, 특이하게 생긴 모자를 쓰고 웃는 모습이 연일 보도됐습니다. '새줌마'란 이름으로 빨간 고무장갑도 꼈습니다. 대국민 메시지로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 탈출을 시도하면서 공무원연금개혁의 시한 내 합의도 강조했습니다.
그 모든 게 과연 진정성 없는 정치쇼였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오히려 '선거를 이기고 싶다. 이길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나름의 진정성의 표현이 아니었을까요. 논란이야 있겠지만 '초선의원' 문재인의 진정성보다 '선거의 달인' 김무성의 진정성이 더 통한 것이 이번 재보선의 결과입니다.
◇진짜(?) 경제민주화 vs 선거용 공약빼앗기
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란 화두를 당시 민주당이 먼저 던지고도 이를 대선공약으로 가다듬고 국민에 제시하는 것은 박근혜캠프가 빨랐다고들 합니다. 상대방 공약 빼앗기는 새누리당이 특별히 '나쁜 정당'이라서가 아니라 고전적인 선거전술을 시행한 거라고 합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 열망을 받아안으면서 불리한 선거쟁점이 될 만한 싹을 없앤 것이지요.
이런 도식에서 문 대표와 민주당은 '빼앗긴' 쪽입니다. 그래서인지 후보나 캠프에선 진정성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무척 많았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는 진정성이 없는 선거용이다. 우리 공약이 진짜 경제민주화"라는 요지였습니다.
결과는 어땠습니까. 국민들은 결국 '진정성 없는' 박근혜식 경제민주화의 손을 들어주고 말았습니다. 국민들이 잘못 판단한 걸까요.
요컨대 문 대표는 '진정성'이란 자신만의 프레임을 벗어나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진정성은 문 대표를 여의도정치와 구별지어준 장점이기도 하지만 선거결과에서 보듯 치명적 단점도 됩니다.
'우리가 이겨야 국민 삶이 달라진다, 이기고 싶다, 우리를 꼭 찍어달라'는 생각이라면 유세차에서 마이크를 잡든 추운 바다에 뛰어드는 북극곰 수영 퍼포먼스이든 마다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승리만 쟁취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과연 '진정성 있는 정치'의 본질과 이를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은 무엇일지 생각했으면 합니다.
호남민심을 달래기 위한 광주 방문길에서도 문 대표 자신의 진정성만 강조해선 답을 얻을 수 없을 겁니다. 당장 공항에서부터 '물러가라' 시위를 마주하지 않았습니까.
진정성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혹시 나만 진정성이 있고 상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고집은 아닐까요. 아니면 제가 정치를, 문 대표를 너무 모르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