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경제 부활비결은 노사 파트너십과 사회보장"

오세중 기자
2015.06.22 05:45

[the300][인터뷰]마파엘 주한 독일대사 -'유럽의 병자'에서 '유럽의 히든 챔피언'으로 부상한 독일

2015.06.15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 인터뷰

독일은 1989년 통일의 후유증으로 극심한 경제적 난관에 봉착하며 한 때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라고 불렸다.

그러나 대대적인 노동개혁을 중심으로 혁신에 박차를 가한 결과 지금은 국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글로벌 위기 속에서도 '유럽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히든 챔피언'으로 불리는 수많은 중소기업은 독일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을 벗게하고 진정한 유럽의 '챔피언'으로 거듭나게 하는데 한 몫을 톡톡히 했다.

독일 경제의 성공 비결과 한국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 대사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 독일경제가 유럽의 모범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사가 본 독일경제의 성공 비결 내지 장점은 무엇인가.

▶ 독일 경제가 강한 것은 2가지다. 한국과 비슷하게 제조업이 강한데 독일의 경제활동 중 3분의 1 가량이 제조업 분야에서 이뤄진다. 또한 독일 기업들은 세계화 수준이 높다.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상당히 글로벌화 돼 있어 세계진출에 유리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 그것만 가지고는 독일 경제의 성공을 말하기에는 어려울 듯 한데 구체적인 특징이 있다면.

▶독일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요인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50-1000명 수준의 범위에 있는 중소기업이 강하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 파트너십, 즉 노사관계가 잘 발전돼 있다. 근로자 경영 참여제도를 통해 기업에 아이디어를 많이 낼 수 있고, 그 만큼 근로자들이 책임을 지기 때문에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대표적 사례가 폭스바겐인데 지난 4월부터 노사가 반반씩 참여하는 경영감독위원회 의장을 독일 금속노조 근로자 출신이 맡고 있다. 사회적 파트너십의 좋은 예를 보여주는 근로자 경영참여제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서 더 활성화 돼 있다.

- 대기업에서 근로자들의 경영 참여가 적극적이라는게 인상적이다. 이 같은 사회적 파트너십 외의 요인이라면.

▶ 또 다른 큰 축은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독일이 2008년, 2009년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사회보장제도 때문이었다. 어려울때 단축근무를 실시하고, 대기업도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고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을 단축해 임금을 줄였고 다시 경기가 살아났을 때 처음의 100퍼센트 상태로 살아날 수 있었다.

- 단축근무에 따른 근로자들의 반발은 없었나.

▶물론 반발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 사회보장제의 장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해서 임금을 어느 정도 인하했는데 인하된 부분은 6개월 동안은 고용보험, 즉 실업보험에서 그 차액을 보전해 준 것이다.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받는 액수는 변함이 없었다.

- 독일의 경제적 개혁의 가장 성공점으로 꼽는 것이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의 '어젠다 2010'이다. '어젠다2010'의 핵심은 무엇인가.

▶ 알다시피 독일이 2003년 당시 '유럽의 병자'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얻었을 당시 국가부채가 국민총생산(GNP) 대비 60% 이상이었고, 실업률이 11%, 구동독지역은 실업률이 20%를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시장 정책의 핵심은 비정규직 고용을 쉽게 하기 위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었다. 계약직, 파견, 임대 근로자들의 고용을 쉽게 했다. 근로자들에게 손해가 될 수 도 있지만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을 보장해주면서 고용을 창출해 근로자 입장에서도 절충점이 있었다. 또한 사회보장제도 손을 봤다. 실업자만 되면 쉽게 받을 수 있던 실업급여 수급 조건을 까다롭게 했다. 실업급여 수급 조건을 강화했고, 보통 임금의 70% 나오던 실업급여 수급 기간도 2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 이 부분도 사회적 반발이 예상되는데.

▶ 물론 노조입장에서는 저항이 많았다. 그러나 대규모 파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슈뢰더 총리는 사민당 출신으로 지지계층이 근로자들이지만, 자신의 표밭을 잃으면서까지 신념을 가지고 정책을 관철시켰다. 국민들도 이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

- 이 같은 개혁이 한국사회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까.

▶독일이 다른 나라에 비해 사회보장제가 잘 돼 있고, 독일 사회 자체가 분열적 사회보다는 통합적인 사회를 지향하는 사회, 노사 파트너십이 좋다는 점에서 개혁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여러가지가 한국과는 다를 수 있다.

대대적 개혁을 위해서는 정치가의 역량도 중요하다. 국민에게 비전을 보여주고 정치가로서 위험도 부담할 생각이 있어야 하며 어느 하나가 나빠지면 어느 하나가 좋아질 수 있다는 정책적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국민들에게도 개혁이 전체적으로는 좋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줘야 한다.

2015.06.15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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