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소원과 권한쟁의심판이 청구된 가운데 여야 의원들은 9일 헌법재판소에 서로 다른 주문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헌법재판소에 대한 결산심사를 진행했다.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조속한 심사를,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에 대한 거리두기를 요구했다.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선진화법 통과로 동물국회 오명은 벗었는지 몰라도 식물국회가 됐다"며 "국회선진화법이 '야당 결재법'이 돼버렸다. 국회선진화법은 다수결의 원칙을 깡그리 무너뜨리고 사실상 만장일치제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런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신속하게 재판 절차를 진행해주길 바란다"며 "고 말했다. 이에 김용헌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최대한 신속하고 철저하게 심사하겠다"고 답했다.
같은당 노철래 의원도 "선진화법의 기본적 문제가 5분의 3이상의 찬성 규정"이라며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백한 하자가 있는 것 같다. 신속히 처리해달라"고 밝혔다.
앞서 새누리당 국회법 정상화 TF(위원장 주호영)는 지난 1월 국회선진화법의 '심사기간 지정' 조항과 '신속처리대상 안건지정' 조항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두 조항이 재적 5분의 3이상의 찬성이나 사실상 만장일치를 요구하는 것으로 헌법상 일반 다수결 원칙(재적과반수의 출석과 출석과반수의 찬성)에 반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것은 국회선진화법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되면서 국회에서 합의의 문화가 정착됐다는 이점이 훨씬 더 크다고 지적했다.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8대까지 국회를 보면 폭행이 일어나는 의사진행 모습이 해외토픽에 나왔다"며 "국회선진화법 통과로 주요한 것은 합의의 정치가 된 것이다. 그 취지를 몰각하고 돌아가자는 것은 강압·폭력 국회로 가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합리적인 사유로 (법안처리가) 안된 것은 없다"며 "지난 월요일에도 야당 의원들이 불참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일방적으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이 현행 법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다수가 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며 "그것을 이제와서 다시 원상회복하자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당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도 "(국회선진화법 통과로) 안건조정제도를 활용하면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법안을 시간을 정해놓고 할 수 있다"며 "(국회가) 신속처리안건을 한번이라도 발동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나. 선진화법 이후 안건처리와 관련해선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법사위원장은 또 헌법재판소가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들어 정치적 판결을 내리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가 소수자의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사건에 적극 개입해 정부에 화답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선거구획정 결정은 과도하게 적극적이었다"며 "합치여부 판단만 하면 되지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2대 1로 해야 한다는 입법방향까지 제시하는 것은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사건은 가능하면 정치적 영역에 두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헌법재판소가 조급증으로 빨리 결론을 내려고 했지만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는 자제하고 가능하면 거리를 두고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현행 3대 1인 선거구별 최대·최소 인구 편차를 2대 1 이하로 조정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246개 지역구 선거구 가운데 62개(지난해 9월 기준)를 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