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과 공명당으로 이뤄진 연립여당이 '집단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안보법안(헌법9조 평화헌법)'을 강행처리한 배경에는 법안 처리 데드라인인 '24일 마지노선'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날까지 안보법안 개정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경제 회복 시동을 걸고 있는 '아베노믹스'의 동력을 잃을 뿐 아니라 향후 국정운영에 있어서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야당과의 협상에서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분석한 아베 내각이 불리한 일정을 고려해 '정면돌파'를 시도한 것이다.
법안 처리 마지노선 24일은 중의원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월24일에 60일을 뺀 시점이다. 만약 이 기간까지 중의원을 통과하지 못하면 안보법안은 무산가능성이 높았다.
내각제인 일본 국회는 중의원을 통과한 법안을 참의원으로 넘겨 법안을 확정하는데, 참의원은 정치적 부담으로 안건으로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짙었다. 6년 임기가 보장된 참의원은 연립여당에 부채의식이 적어 당론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경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중의원은 참의원이 60일간 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재의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다.
다시 넘어온 법안을 중의원이 통과시키려면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 찬성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미 연립내각은 이 선을 확보한 상태여서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9월24일 이후 법안이 넘어온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참의원이 의결처리하지 않는 60일을 빼면 7월24일 전까지 중의원을 통과시켜야 회기 내 처리가 가능하다. 만약 이번 회기에서 처리하지 못한다면 아베 내각은 또 한번 실권 위기에 놓이게 된다.
아베 내각이 안보법안 처리를 강행한 직접적 원인은 강력한 지지층인 보수세력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1기 때 신사참배를 피하는 등 한국·중국 등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정권을 놓친만큼 2기 이후 우파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야하는 처지다. 아베 총리는 정권 1기인 2006~2007년 이 법안의 개정을 시도했으나 국민여론의 반대와 부실한 정치기반으로 실패한 바 있다.
아베정권의 위기의식은 꼬여버린 선거 일정과도 연관이 깊다. 8월9일 우리의 경기도에 해당하는 사이마타현 지사 선거가 있고, 9월8일 지진 피해지역인 이와테현 지사 선거가있다.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선거다. 한번 패배하면 연쇄 붕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9월말로 예정된 아베의 총리직 연임을 결정하는 총재선거 일정도 난감하다. 이 시기 아베 총리의 유엔총회 연설이 예정돼 있다. 선거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할 분위기다. 참의원 보궐선거도 10월25일 예정이다. 이 선거는 자민당이 아베 총리의 재선 후 첫 국가선거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번 회기 내 처리를 강행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아베 총리의 측근인 모리 야스로 와세다대 아시아연구소 교수는 "보수세력의 결집을 통해 정치적 기반을 다져온 아베 총리에게 안보법안 통과는 정권의 존립과 연결된다"며 "아베노믹스의 데드라인이 24일이었던 만큼 돌발상황을 고려해 1주일 앞당겨 강행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단하던 내각 지지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도 강행처리의 배경이 됐다. 일본 주요언론들을 보면 아베 내각의 지지도는 2기 출범 후 부정이 긍정보다 많은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13일 공영방송 NHK는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와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각각 43%와 4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NHK에서 아베 2기 이후 부정적 답변이 더 많은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사히신문 신문 역시 긍정 대 부정 답변을 41% 대 38%로 집계하는 등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는 게 일본 언론의 공통된 조사 결과다.
일본 정치 전문가인 고선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교수는 "연립여당이 유신정당과 접점을 찾으려고 했으나 실패하면서 더 이상 시간을 끌 명분이 사라졌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지지율 하락이 이어지고 있어, 아베 총리의 구심력이 더 떨어지기 전에 강행처리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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