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는 정부와 여당이 국정과제로 삼아 추진 중인 노동시장개혁의 '핵심'이다. 올해 안에 모든 공공기관에 도입하는 방안을 '임무'라고 표현할 만큼 정부의 '임금피크제' 완수 의지는 강하다.
노동시장개혁을 주도 중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에서 "임금피크제는 '제로섬게임(zero sum game)'이 아니라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포지티스섬 게임(positive sum game)'"이라며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조치로 오해를 받아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 뿐 만이 아니다. 최근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도 언로만 마련되면 연일 '임금피크제' 도입의 당위성을 역설하는데 공을 들인다.
◇'임금피크제'가 뭐길래…'정년60세 연장'이 도화선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부 분야에서 보편화 돼 시행 중이고 우리나라에서도 금융권을 중심으로 적용했다.
'임금피크제'는 법률에 있는 용어가 아니다. 우리나라 법 어디에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제도화 하는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
하지만 지난 2013년 4월 국회에서 처리된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법 개정안', 일명 '정년연장법'으로 인해 임금피크제 도입 환경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당시 법 개정으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 및 지방공사·지방공단은 내년 1월1일부터, 근로자 300인 미만 바업장은 2017년 1월1일부터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의무화 됐다.
정년이 연장됨으로써 증가하게 되는 임금 부담을 줄이고 이 재원을 청년 고용에 쓸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정년 60세 연장과 함께 '사업주와 근로자는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조항도 법에 신설했다.
정부는 기업 부담 감소 차원에서 감행할 '임금체계 개편' 방법으로 정년 60세가 의무화 되는 내년 이전에 '임금피크제'를 우선적으로 도입, 노동시장개혁의 물꼬도 동시에 튼다는 복안을 마련한 것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위한 '취업규칙 변경 완화'…최대 민감 사안
정년 60세 시행 이전에 기업의 재정적 부담을 줄여준다는 차원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정부와 여당만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야당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법에 명시된 '임금체계 개편'의 대안이 '임금피크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문제는 임금체계 개편에 필요한 '취업규칙'을 근로자 동의 없이 변경할 수 있느냐 여부다. '취업규칙'은 사업자와 근로자 간에 준수해야 할 규율이나 근로시간, 기타 근로조건 등은 물론이고 임금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정해 놓은 노사 간 조항이다.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에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야당과 노동조합 등은 '임금피크제'가 근로자의 임금을 깎는 내용이라 '취업규칙' 변경이 필요한 사항인 만큼 도입 여부는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정년 60세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이 필수적이고, '사회통념상 합리적'이라면 근로자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례에 근거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취업규칙 변경'을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하는 방안을 밀어 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임금피크제' 확산을 목적으로 올해 초 노동시장개혁을 위한 노사정위원회에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자 노동계 대표들이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 위원회가 사실상 결렬됐다. 그만큼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는 민감하고 파괴력이 있는 사안이다.
◇與 "대화 설득"VS野 "입법권 침해 부각'
법 개정이나 제도화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만큼 정치권도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적극적인 중재안을 내진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정년 60세 연장' 법 개정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의 물꼬를 튼 만큼 여야는 간접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정부 입장과 다르지 않은 여당은 노동계가 다시 대화에 복귀할 수 있는 상황 조성을 국회의 역할로 보고 있다.
조재정 새누리당 노동수석전문위원은 "'임금피크제'의 경우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정부가 지침을 정해 한다고 했기 때문에 국회 차원에서 특별히 논의할 부분은 없다"며 "다만, 노동계가 노사정위원회 등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물 밑에서 계속 설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야당은 정부 주도 '임금피크제' 도입의 법 위반 여부를 파악 중이다. 정길채 새정치민주연합 노동전문위원은 "새정치연합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며 "정부가 우회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 하는 것은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실제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국회가 분석하고 지적해 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