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최근 대북확성기 시설 교체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남북 대치과정에서 대북확성기 방송이 북한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아킬레스건임이 재확인된 만큼 정부는 대북확성기 시설교체를 신중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북확성기 시설교체 예산이 반영될 경우 대북 심리전 전력은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6일 "국방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북확성기 시설교체 예산을 기재부에 요청했다"며 "내년도 예산안에 대북확성기 시설교체 예산을 반영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대북확성기 시설교체 예산을 요구한 것은 2004년 남북 정상급 군사회담 합의에 따라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이후 최근까지 11년간 사용하지 않아 노후화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대북확성기 방송이 대북 심리전 효과가 크고 비용 대비해서도 유용한 비대칭전력임이 재확인됐기 때문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지난 10일 우리군은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에 대한 보복 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고사포와 직사포 등을 발사하며 무력 대응했다. 북한의 무력시위에도 우리 군이 대북방송을 중단하지 않고 155m 포탄 수십발로 대응사격에 나서며 남북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자 북한은 남북고위급 회담을 우리측에 먼저 요청했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의 체제를 자극하는 효과가 커서 북측이 극도로 예민해 한다.
정부는 지난 25일 남북고위급 회담결과 합의문을 발표한 뒤에도 대북확성기 방송만 중단한 채 시설은 철거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즉각 방송을 재개하기 위해서다. 정부의 이같은 태도로 볼 때 대북확성기 시설교체 예산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될 가능성이 적지않다는 분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방부가 남북고위급 회담전 대북확성기 시설교체 예산을 내년도 예산 요구안에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온 것은 맞다"면서 "국방부가 정식으로 예산편성을 요구하면 신중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지난 5월까지 각 부처가 보내온 예산요구안을 토대로 예산심의에 착수했는데, 당시엔 해당 예산이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예산안 심의 중간에도 사안의 시급성을 요하거나 중요한 예산은 부처예산안에 추가돼 심의에 들어갈 수 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대북확성기 방송의 효과가 검증된 만큼 시설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확성기 설비를 교체한 뒤 또 몇 년간 사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 교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전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조만간 내부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다음달 8일까지 예산안 심의를 마치고 이를 10일 국회에 제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