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대응에 있어 우수 사례로 꼽힌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대처했던 기록을 담은 이른바 '사스 백서'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정부는 이같은 사실도 파악하지 못한채 이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제대로 된 초기 방어를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스가 발생했던 지난 2003년 당시 참여정부는 선제적으로 광범위한 조치를 취한 결과 홍콩에서 사스 추정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정도로 초기 대응에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감염병 대응 우수 사례로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응 방식을 담은 '사스 백서'는 애당초 발간되지도 않았다.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듬해인 2004년 질병관리본부가 발족했고 발족 1년 뒤 발간한 523페이지짜리 '질병관리백서'에 5쪽 분량으로 사스 발생 당시의 대응방안만 요약, 수록한 게 전부였다. 실제 백서를 보면 3페이지부터 7페이지까지 사스에 대응했던 대략적인 내용이 담겨있는 것 외에 구체적인 사스 대처 기록은 없다.
정부는 이런 사실을 아예 알지도 못했다. 당초 "자료 보존 기간이 지나 백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던 정부는 이후 "'사스 백서'를 발간한 사실이 없다"고 말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우수 사례로 꼽힌 백서가 존재하지도 않았을뿐 아니라 이를 인지하지도 못한 정부가 메르스 확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메르스 사태 진상규명을 위해 일정을 별도로 하루 뺐을 정도로 철저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복지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과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김진수 청와대 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당의 반대로 관철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21일 시행되는 '메르스 국감' 1주일 전에 상임위 차원의 증인 채택 의결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여야는 적어도 오는 14일까진 증인 협상을 마무리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