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오늘인 2024년 5월3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오피스텔에서 모녀지간인 60대 여성 A씨와 30대 여성 B씨가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범인은 A씨와 사귀는 사이였던 박학선(당시 65세). A씨 이별 통보에 앙심을 품은 박씨는 A씨는 물론 딸 B씨까지 살해한 뒤 도주했으나 13시간 만에 붙잡혔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박학선은 항소심을 거쳐 지난해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다.
25년간 두 남매를 홀로 키워 온 A씨는 한 동호회에서 만난 박학선과 2024년 2월 교제를 시작했다. 연애 초반 박씨의 다정다감하고 지극정성인 모습에 A씨 자녀와 사위 등 가족들은 두 사람의 교제를 응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학선의 이런 모습은 오래가지 않았다. 만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 박씨는 "우리가 떳떳하게 만나려면 혼인신고를 해야 한다"며 A씨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당시 박씨는 사실혼 관계 여성과 동거 중인 상태였다.
박학선이 결혼을 통해 재산을 노리는 사기꾼이라 생각한 A씨 가족은 박씨와 거리를 두라고 A씨에게 조언했다. 그러자 박학선은 새벽 시간 A씨 집에 불쑥 찾아오거나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는 등 집착을 드러냈다.
박학선은 대치동 오피스텔 6층에 마련된 모녀의 텔레마케팅 사업장에도 수시로 찾아왔다. 이에 딸 B씨는 박학선에게 "사무실로 찾아오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 과정에서 박씨와 B씨 남편이 멱살잡이하는 등 대치하기도 했다.

박씨가 기분이 상하면 욕설과 함께 폭언을 퍼붓는 등 폭력적인 모습까지 보이자 A씨는 이별을 결심했다. 사건 당일 오후 대치동 오피스텔 근처 카페로 박학선을 불러낸 A씨는 "가족 반대가 심하니 헤어지자"며 이별을 고했다.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B씨에게 앙심을 품었던 박학선은 이 말을 듣자마자 "딸(B씨)에게 직접 확인하겠다"며 사무실로 향했다. 이어 현장에 있던 흉기로 B씨를 공격한 박씨는 비상계단으로 도망가는 A씨를 쫓아가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둘렀다.
A씨는 현장에서 숨졌고, B씨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박씨는 피 묻은 옷과 흉기를 버린 뒤 달아났다. 그는 휴대전화를 끄고 카드 대신 현금으로 버스와 택시를 갈아타는 등 경찰 추적을 피하려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추적한 끝에 범행 13시간 만인 이튿날 오전 서초구 남태령역 인근에서 박학선을 긴급체포했다. 이후 박씨는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됐고 이름과 나이, 머그샷 등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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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선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줄곧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박씨가 평소 'A씨와 주변인들을 죽여버리겠다'고 한 점 등을 근거로 '계획 살인'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공개된 A씨 통화 녹취록에서 박씨는 "너와 같이 죽기 전엔 못 헤어진다", "너희 집 근방에서 '이 사람 같이 가야 하나, 나 혼자 가야 하나' 한참 고민했다", "난 혼자는 안 간다" 등 협박성 발언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사전에 피해자들을 살해할 것을 마음먹지 않았다면 불가능할 정도로 신속하게 살인 범행 실행에 착수했다. 우발적 범행이라고 보기엔 범행 방법이 지나치게 집요하고 잔혹하다"며 박학선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박학선에게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과 박씨 측은 판결에 불복해 각각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씨를 엄중한 형으로 처벌할 필요가 충분히 있지만 사형에 처하는 게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정당하다고 볼 만큼 특별한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박학선은 상고장을 제출했지만 대법원 역시 원심판결을 받아들여 형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