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기업 '독점' 무기 경쟁입찰?…방사청, '갑질' 방조

박소연 기자
2015.09.17 06:52

[the300][2015국감]대기업, 유찰 후 수의계약 노린 듯…주호영 "방사청 정책, 여전히 중기에 불리"

무기 경쟁입찰에 참여해 낙찰된 한 중소기업이 물품을 납품하지 못해 제재받을 위기에 놓였다. 해군에 이 물품을 납품해오던 원 제조사와 원청 대기업이 물품 제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독점하고 있는데다 타 기업에 물품을 판매할 생각도 없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은 이를 알고도 중소기업에 정보제공을 제한한 채 경쟁입찰을 진행해 대기업의 '갑질'을 방조했다는 지적이다.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이 방사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40억원 규모의 '40mm 함포용 전자구성품 조립체' 입찰공고에 A중소기업이 참여해 1순위로 낙찰됐다.

이후 A중소기업은 B대기업으로부터 "이 사업을 몇 해 전부터 해왔다. 이건 수의계약 협상이다. 기술적으로 납품이 안 될 뿐더러 연말까지 부품 수급이 안 될 것"이라는 전화를 받는다. 이 대기업은 이 건이 공고된 대로 '전자구성품 조립체'가 아닌 '장비'(system)라며 계약 포기를 종용했다.

A중소기업이 방사청에 사실관계를 문의하자 방사청은 계약 전까지 해당 제품 도면과 규격서를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A중소기업은 3주간 고민 끝에 계약을 체결한다. 제품 생산제조에 자신이 있었고 계약 포기시 거액의 입찰보증금을 날리고 부정당업체로 지정되기 때문이다.

계약체결 후 소요군인 해군군수사령부는 착수회의에서 A중소기업에 이 물품을 기존에 납품해오던 C사에서 구매해 납품할 것을 요구한다. C사는 B대기업의 하청업체였다. A중소기업은 C사와 한 달여간 가격협의까지 끝냈으나 8월 말 C사는 돌연 협상을 뒤집었다.

구매가 어려워진 A중소기업은 제품을 직접 제작해 납품하려 했지만 결정적 한계에 부딪힌다. 제품 제작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를 B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데다 양산형 포 연동시험은 B대기업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대기업과 협력이 되지 않으면 시험과 납품이 애초에 불가능했던 것인데, A중소기업은 계약 전 이를 알 수 없었다.

방사청은 이 물품을 납품할 수 있는 업체가 B대기업뿐이란 사실을 알고도 경쟁입찰을 진행했다. 하지만 실제 사업예산보다 높은 45억여원의 계약금을 원했던 B대기업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C사는 "B대기업은 이 계약이 유찰돼 수의계약으로 전환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C사는 이미 해당 물품을 생산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청 관계자는 "체계로 진행하려 했는데 수리부속만 진행되게 되면서 수의계약 요건이 되지 않아 경쟁입찰로 진행한 것"이라며 "저희는 C사가 들어와 하던대로 대기업이랑 하면 좋은데 어쨌든 경쟁입찰에 들어와 A사가 낙찰됐으니 납품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B기업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지 않으면 납품할 수 없는 상황인데, 아무리 C사가 중소기업이라도 저희가 협조를 권할 수는 있지만 핵심기술을 주라고 강제할 순 없다"고 했다.

방사청의 납품 소요기간 산정에도 문제가 드러났다. 이 제품의 유일한 제조사인 C사가 시험평가를 제외한 물품 생산기간이 최소 7~8개월이라고 했음에도 5개월로 입찰공고를 냈다. 방사청은 "업체와 예산을 올해 말까지 집행해야 해서 그랬다"며 납품기일 산정이 부적절했음을 시인했다.

A중소기업은 계약된 12월18일까지 물품 납품이 불가능해 매달 수억원의 지체상금을 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A기업 관계자는 "보통은 방사청에서 사전에 사업설명회를 통해 사업 공지를 해주거나 계약담당관이 상세히 설명을 해주는데 이 건은 전혀 내용이나 자료 제공이 없었고 품목명세서에 최소 정보인 사진조차 없었다"며 "'전자부속조립체'라는 말에 중기 입장에서 제작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대기업 독점 물품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호영 의원이 방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6년 방사청 개청 이후 전체 계약 20280건 중 1만4229건(70%)이 수의계약이며, 이 중 유찰에 따른 수의계약이 3059건(21.4%)으로 나타났다.

주 의원은 "이 무기는 단순장치임에도 해당 대기업을 제외한 다른 업체가 전혀 납품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외주제작을 하지만 하청업체는 감히 대기업 눈치에 납품하지 못한다"며 "지난 4년간 경쟁 가능한 품목 237종을 방사청이 특정 방산업체에 몰아주기해서 3816억원 이상 낭비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있었다. 이런 불합리를 방치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사청은 중소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지난해 감사 결과 대기업에 유리하고 중소기업에는 불리한 정책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내 방위산업의 발전을 위한 방사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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