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무계' 대우조선 오만사업…허위·왜곡·부실 종합세트

정영일 기자
2015.09.30 05:51

[the300][2015국감]이사회 속여 공사비 증액·비전문업체가 선박 인수등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가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2015.9.21/사진=뉴스1

2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입수한 대우조선해양 감사위원회의 검찰 진정서에는 그간 의혹이 제기돼 왔던 일부 문제 사업에서 내부 통제가 사실상 붕괴돼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 허위에 왜곡, 부실 보고 종합세트

감사위가 진정서를 통해 지적한 문제 사업 가운데 선상호텔 프로젝트는 대우조선이 위탁경영을 맡고 있는 오만 두쿰에 소재한 오만수리조선소(ODC)의 수상호텔 '베로니카'를 건립하는 사업이었다. 파견 직원과 선주·선급 직원들에게 편의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크루즈선을 구입해 호텔로 개조했다. 대우조선해양 투자비만 약 410억원(3453만4000달러)에 달하지만 2012년 1월 오픈 이후 채 24개월이 지나지 않은 2013년12월 영업을 중단했다.

선상호텔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이사회에 허위보고나 왜곡보고가 비일비재했고 중요한 정보는 빠지기 일쑤였다. 감사위원회는 "특정인 및 특정 업체에 대한 여러 가지 특혜적 조치가 행해졌다"며 "그로 인해 회사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11월 이사회다. 당시 선상호텔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이사회에서 "이번 도급공사는 오픈-북(Open-Book) 계약으로 시공업체가 초과비용을 일부 부담하고 일부는 대우조선이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고 보고한다. 이어 "주류 판매 허가를 위한 4성급 호텔 업그레이드를 위해 공사비 330만달러(약 39억원)가 추가 필요하다"고 보고해 이사회 승인을 받는다. 그러나 감사위 확인 결과 도급계약은 추가 공사비용이 발생하는 오픈-북 계약이 아니었고 공사비는 825만달러(약 99억원)로 고정돼 있었다. 대우조선이 추가 공사비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공사는 처음부터 4성급 호텔로 추진됐던 것으로 감사위는 확인했다. 호텔 등급 업그레이드를 위한 공사비가 추가로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감사위원회는 이같은 허위 보고를 한 이유에 대해 "인테리어 업체의 잘못으로 추가 공사비가 과다하게 발생한 것을 해결해 주기 위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 비전문적인 검선…늘어난 공사비만 수십억

감사위는 선상호텔로 사용될 선박이 사업 초창기 파트너였던 오만 정부 측에서 제안했던 선박과 다른 선박으로 결정된 점을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막대한 추가 공사비가 들게 된 원인 중 하나로 판단했다.

최초 오만 정부 측에서 제안한 선박은 플라맹코(Flamenco)호였는데 선박 선정 권한을 위임받아 주도한 이창하 디에스온(DSON) 대표는 이보다 선박가격은 2배 이상 비싸고 더 노후화된 모나리자호로 선박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디에스온이 주도한 검선 역시 육안검사에 의존해 '추가 수리공사가 필요없고 인테리어 상태도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감사위는 "그러나 실제로는 공조시스템과 배관발전기, 보일러 노후화로 인한 교체로 공사비용이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위는 "선박 인수도 별도의 전문인수팀을 구성하지 않고 디에스온 디자인팀(6명)에게 위임했는데 최종 검선 때와 비교해 선체 훼손, 기기장비 악화 및 도난, 폐기물 적치 등의 문제가 있었으나 별다른 문제 제기도 없이 그대로 인수했다"고 밝혔다.

◇ 진정서 나오게 된 배경은?

진정서에는 선상호텔 프로젝트 외에도 △삼우중공업 지분 인수 △당산동 빌딩 사업 △부산국제물류 관련사업 △자항선 해상운송 위탁사업 등 총 5가지 문제 사업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이 총 망라돼 있다.

대부분 남상태 전 사장이 재직하던 시기에 진행된 사업이다.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되거나 노조 측에서 제기했던 의혹도 포함돼 있다. 이번 진정서의 경우 회사의 공적 내부통제 기관인 감사위원회가 직접 나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우조선해양 감사위원회는 정성립 신임 사장이 취임하고 대규모 부실이 공식화된 이후인 7월경부터 내부 감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내부 감사를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성립 사장은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감사위원회는 대표이사에 독립적으로 구성돼 있어서 감사를 지시하지는 않았다"며 "감사위원장으로부터 내부 감사를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진정을 할 것이라는 보고를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내부 부실과 비리가 만연해 있는 회사 분위기 쇄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정 사장과 내부 감사팀에서 형성됐던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의문점을 해소하지 않고는 회사의 윤리경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감사팀이 조사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이어 "제기된 의혹의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았다"며 "수사당국에 진정해서 파악해달라고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 직원들에게 알리고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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