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한국정치 고질병 '계파정치', 청산할 수 없다면...

서동욱 기자
2015.12.30 05:55

[the300]우리가 보는 세상

"친박·비박·진박, 친노·비노, 김무성계·유승민계, 문재인계·김한길계·안철수계..."

20대 총선을 4개월 앞둔 2015년 12월. 여야 정치권의 주요 '계파'를 꼽자면 이쯤 될 것이다. 자신이 특정 계파로 불리는 걸 마뜩잖게 생각하는 정치인이 대부분이지만 계파적 분류 없이 우리의 정치현상을 해석·판단·전망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정치의 고질화된 '계파정치'를 어떻게 봐야 할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0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광복 70년 대한민국, 틀을 바꾸자' 대한민국 미래 대토론회에 참석해 "87년 체제는 적어도 아시아권에선 가장 완전한 민주주의를 가져다줬지만, (지금도) 여전히 진영 정치와, 계파·보스 정치 같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정당정치가 계파정치에 함몰돼 계파간 이익과 담합의 공간이 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계파정치의 폐해는 국민과 국가의 이익보다는 계파 이익을 우선하는 '파벌정치'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해방 공간부터 계파간 다툼이 있었지만 계파적 연원을 민주화 이전과 이후로 거슬러본다면 김대중의 동교동계, 김영삼의 상도동계가 있었다. 이후 이념의 좌우편향에 따른 분열과 통합을 거치며 새로운 계파들이 명멸해 갔다.

'양김'으로 나뉘었던 '계파의 시기'가 독재에 맞선다는 '정당성'을 갖췄다는 점에서 이후 계파정치에 비해 명분과 도덕성에서 앞섰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국정치에서 계파가 없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는 정치학자들이 있다. 문제의 본질은 계파정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계파정치가 소모적으로만 치달을 뿐 생산적인 방향으로 진행하지 못하는 데 있다는 견해도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 다양성이라고 보면 계파들이 서로 경쟁하는 것 자체가 정당정치 발전을 위한 활력소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계파가 정치발전의 틀로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공천을 앞두고 벌어지는 눈치보기,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계파로 갈아타려는 정치적 이합집산만이 난무하는 것처럼 보여질뿐이다.

계파정치 청산이 불가능한 일이라면 계파정치의 활력을 재료 삼아 정치발전의 최대공약수를 뽑아내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려면 정쟁과 파벌이 아닌 정책과 소신이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돼야 하고 결국 유권자가 표로 응징할 수밖에 없다.

4개월 뒤면 20대 국회가 새롭게 꾸려진다. 이번에 등원하게 될 300명의 국회의원은 또 어떠한 계파로 나뉘어질까. 특정인을 정점으로 하는 계파가 아니라 역량을 갖춘 300개의 계파들이 모여 새로운 '정책계파'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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