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19대 종료 눈앞, 환경법은 위기

김세관 지영호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2016.01.14 08:45

[the300](종합)

8부 능선 '환경영향평가법'…원전 설립 "환경부에 물어봐"

전력수급기본계획 및 수자원장기종합계획, 국가기간교통망계획 등 굵직한 정부 사업이 추진될 때마다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하는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이 시행을 위한 8부 능선에 도달했다.

2013년 초 야당의원들의 법안 발의로 논의가 시작돼 관계부처 조정협의, 제도개선 연구를 거쳐 담당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돼있다.

더욱이 개정안은 정부와 국회의 의견조율까지 거의 마쳤다. 환경부의 부처 사업 규제 범위가 확대되는 내용이라 이견이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하나로 뜻을 모았고, 여야 입장도 거의 정리된 것으로 알려져 적정한 심사 이후 통과가 전망된다.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에 '전력수급기본계획' 포함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경제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 최선의 대안선택을 유도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부처간 힘 싸움에서 하위권에 자리한 환경부의 거의 유일한 규제 방안이기도 하다.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환경부 규제 방안인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 범위가 대폭 확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원전 가동 및 설치 등과 관련이 깊은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에 새롭게 포함되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여서 관심을 모은다.

그 동안은 원전 가동 등이 포함된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해당 지역 주민 등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의무가 아니었다. 그냥 발표만 하면 그대로 진행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 그러나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되면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것은 물론이고 환경에 좋지 않다는 환경부 판단이 내려지면 계획이 백지화 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 동안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을 둘러쌓고 환경부와 산업부 및 국토교통부 등이 이견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관계부처 간 공동연구가 진행됐고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포함 총 113개 정부 사업(기존 94개)을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에 넣기로 합의하고 개정안을 환노위 법안소위에 상정한 상황이다.

◇ '평가' 대상 늘지만, '평가' 따라야 하는 의무조항은 '삭제'

아울러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에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을 5년마다 주기적으로 갱신하도록 하고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계획수립기관의 책임자 및 담당자 실명을 명시하는 '정책실명제'도 담겼다.

그러나 동시에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의 실효성 문제도 최근 지적되고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만 확대될 뿐 환경과 관련한 문제가 발견됐을 때 환경부가 취할 수 있는 강제성은 오히려 축소하는 방안이 개정안에 담겨 있어서다.

현재는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한 후 환경 문제가 있으면 관련 행정기관에 보완 또는 '조정'을 요청할 수 있고 요청받은 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조정' 요청 근거가 삭제되고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는 문구도 삭제된다. 환경부의 자문역할을 명확히 하는 대신, 계획수립부처의 책임성은 강화하자는 의도다.

이에 대해 야당 환노위 관계자는 "지금도 힘 있는 부처들은 전략환경영향평가 조정 요청을 무시한다. 2013년에 국토부는 평가가 반영된 '댐건설장기계획'의 환경부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계획을 추진했었다"며 "평가대상 확대는 긍정적이지만 '전략환경영향평가'의 강제성을 희석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법'에 밀려 환경 관련 법 밀릴수도…20대 되면 처음부터 다시

아울러 현재 시행의 8부 능선을 넘은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이 환노위 법안소위 단계에서 주저앉을 수 있는 상황인 점도 논란 거리다.

국회와 상임위인 환노위의 관심이 노동시장 관련 이슈인 '노동시장개혁 5대법안(노동5법)'에 쏠리면서 환노위의 다른 한 축인 환경 쟁점 법안들이 사실상 폐기될 상황에 처하게 됐다.

1월 임시국회가 시작됐지만 환노위 법안소위가 열린다고 해도 '노동5법' 논의가 주를 이루게 될 것으로 보여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의 처리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또다른 환노위 관계자는 "노동이슈에 환경 관련 법안 심사가 끌려다니다 보니 이렇게 됐다"며 "거의 다 됐는데, 19대 국회가 끝나면 폐기하고 20대 국회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 실효성 논란…'글로벌스탠더드' 반영?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평가' 대상은 넓히면서, 안 그래도 많지 않은 환경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이 동시에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에 담겼기 때문이다.

'병주고 약주는' 듯한 개정안 내용은 '글로벌스탠더드'에 따른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하고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도입한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환경부처의 의견을 따라야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제시된 의견을 사업 수립부처가 판단해 반영 여부를 결정한다. 반영 여부에 대한 이유를 대중에 공지해야 하지만 반드시 평가를 따라야 하는 강제성은 없다.

또 다른 유럽 선진국인 영국과 네덜란드도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의견 및 우려를 사업 계획에 반영할 의무가 없다. 미국은 계획수립부처와 환경부처의 이견이 발생하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우리 정부도 이 같은 해외 사례를 반영해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에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은 확대하면서도 강제성은 오히려 줄이는 방안을 담았다.

그러나 해외사례와 우리는 경우가 다르다는 의견도 간과할 수 없다. 해외 사례에 언급된 국가들은 '전략환경영향평가'에 강제성이 우리보다 부족하지만 사업 수립 계획 부처들 대부분이 평가 의견을 수용하고 있어서다.

네덜란드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의견이 무시된 사업에 대해 소송이 제기되면 계획수립부처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하는 부담이 있다. 이에 따라 '평가'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독일과 영국도 환경부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고 미국은 '평가'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환경부처가 대통령 직속 환경질서위원회에 해당 건을 회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환노위 더불어민주당 김영선 전문위원은 "(전략환경영향평가 의무 축소는) 우리 환경부처인 환경부가 기획재정부나 산업통상자원부, 국토부에게 힘의 논리에서 뒤지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글로벌스탠더드만 강조한 것"이라며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 확대라는 의의는 있지만 부처 사정이 명확하게 반영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위기의 콜라보레이션…국토-환경 연계 계획, 물거품?

'개발이냐 보존이냐'란 해묵은 논쟁은 국토 개발을 주관하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보존의 책무를 담당하는 환경부의 갈등으로 이어져왔다. 그러다보니 계획만 세워놓고 수년 넘게 삽을 뜨지 못하는 개발사업이 부지기수였고, 환경단체와의 마찰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강행하다 갈등을 빚은 곳도 많았다.

박근혜정부는 국토계획과 환경보전계획간의 상충되는 문제를 원활하게 풀기 위해 '국토-환경계획 연동제'를 추진 중이다.

연동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환경보전계획과 국토계획을 연계해 마련하자는 게 핵심이다. 서로 대척점에 있는 개발 목표와 환경 목표를 미리 조율해 불필요한 소모전을 막아보자는 것이다.

13일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국토-환경 연동제'는 절름발이 상태다. 연동제를 위해선 환경정책기본법과 국토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중 환경정책기본법만 본회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환경정책기본법은 지난해 12월24일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국토기본법은 아직까지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기본법 개정안은 국토계획을 수립하거나 집행할 때 환경보전계획과 연계해 국토부장관과 환경부장관이 적용범위, 연계방법, 절차 등을 공동으로 정하는 내용이다. 두 부처가 법안에 상호 연동 근거를 마련하고 개발사업 유형별 친환경개발 프로세스를 개발하는 한편 기초자료를 공유하도록 했다. 부처간 이견이 발생하면 국토정책위원회에서 조정하게 된다.

법안에 제동이 걸린 건 여당 의원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환경보호 과잉입법' 문제와 '법안 형식' 문제를 들어 처리 유보를 주장했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토소위에서 "환경권력은 국가권력의 최상층에 와있다"며 "환경을 이유로 모든 사업이 지연되거나 파기되거나 그로인해 비용에 엄청난 부담을 가져온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김희국 같은 당 의원은 "관계부처가 계획을 수립하면서 이미 관련부처와 협의하도록 되어있다"며 "(견해가 다르면) 관계부처 협의 때 의견을 내서 경제장관회의나 국무회의에서 (논의)하는 것이지, 이렇게 하는 것은 법 형식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경환 국토부 1차관은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며 읍소했고,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안 취지는 나쁘지 않다'며 통과시킬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는 19대 국회에서 추가 논의해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논의 일정이 빠듯한 데다 논란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어서다. '부처간 이해충돌'을 막기위한 방안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길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개정안은 '부처간 연계 근거'만 마련돼 있을 뿐, 공동협의체 구성 및 운영방안이나 연계성과에 관한 평가 등 구체적 내용은 양 부처 장관에 위임하고 있다. 상이한 정책목적을 가진 여러 관계기관의 이해조정과 협의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12일 이슈와 논점을 통해 "상시적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향후 관련 계획간 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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