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전면중단' 배경은? '혹독한 대가'로 대북제재 주도

박소연 기자
2016.02.10 17:39

[the300]北 연쇄도발 후 강력·실효적 안보리 제재결의 위해 독자제재 '승부수'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성공단 조업 중단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로켓) 발사 등 연이은 군사도발과 관련 대북압박 조치로 개성공단 조업을 10일부터 전면 중단하며 공단에 체류중인 우리 국민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통일부에 개성공단 상황대책본부를 개설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정부가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전격 발표했다. 지난달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지난 7일 장거리로켓(미사일) 발사에 대한 사실상의 제재조치다.

정부는 그간 개성공단은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인 만큼 폐쇄나 철수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 한 달 만에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는 연쇄 도발을 강행한 데다 관계국들간 이견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이 난항을 겪으면서 고심 끝에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제재 카드인 '개성공단 철수'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 2일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에 지구관측 위성 '광명성' 발사 계획을 통보하자 3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직후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지난달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우리 정부가 사활을 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은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를 주장하는 한·미·일과 '적절한 제재'를 강조한 중·러의 입장차로 한 달이 넘게 지연돼 추가 도발을 초래했다는 비판마저 일었다.

중국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직후 반대 입장을 즉각 표명했지만, 이내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하며 발을 뺐다. 알렉산드로 티모닌 주러시아대사도 2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북제재에 대해 "핵실험이 어떤 실험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은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발사라는 추가도발을 벌인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7일 뉴욕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 직후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새 안보리 제재는 긴장을 완화시키고 북한의 비핵화를 지향하며 평화와 안정을 유지시키고 협상을 통한 해결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도 회의 직후 "결의 채택이 북한의 인도주의적 붕괴나 경제적 붕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러시아 입장"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밝힌 '혹독한 대가'가 허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달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상응하는 대가'를 강조했으나 이후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와 개성공단 출입 인원 제한 외에 뚜렷한 대응이 없었다. 박 대통령이 제안한 '5자 회담' 카드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철회됐다.

1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에서 화물차량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를 발표했다. /사진=뉴스1

정부가 북한의 도발을 응징할 만한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독자제재 수단인 '개성공단 폐쇄' 선택은 불가피했으리란 예상이다. 실제로 우리 정부가 김정은 정권의 외화벌이 수단인 개성공단을 유지하면서 국제사회에 강력하고 실효적인 대북제재 협조를 구하는 것은 명분이 서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통해 연 1억달러(1198억원)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자 5만4000명과 이들의 가족 20만여명의 생계가 달려있고 개성 시내 수도와 전기도 공단을 통해 공급받는다.

통일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당일인 7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을 감안해 650명 수준으로 축소한 체류인원을 500명까지 추가로 축소할 방침"이라고 1차 입장을 내놨다.

이후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긴급현안보고에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을 포함해 남북관계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 장관은 개성공단 관련 추가 제재조치에 관한 질문에도 "북한을 뼈아프게 응징하고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해 북한을 비핵화로 향하게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부인을 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하며 "뼈를 깎는 노력 없이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를 유도할 수 없다는 엄중한 인식으로 고심 끝에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며 "국제사회가 북한을 변화시켜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변화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차원의 강력한 대북제재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줌으로써 향후 강력한 안보리 제재 결의안을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우리 기업의 손해 등 부작용과 제재로서의 실효성 등 논란도 없지 않다.

현재 개성공단 124개 입주 기업의 생산액은 월 5000만달러(599억원)에 달하며 정부의 투자액도 5500억원을 넘는다. 2013년 3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고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철수를 결정했을 당시 개성공단이 134일 동안 가동이 중단됨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1조원이 넘는 피해를 봤다.

공단이 폐쇄되면 북한이 피해 배상을 들어 우리 자산을 몰수할 가능성도 있으며 극단적인 추가 도발을 감행할 여지도 있다. 또한 '정세 변화를 이유로 공단 가동을 중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2013년 8·14 남북 합의를 스스로 깨버렸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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