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일 "정부는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지만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며 "평화통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북한 정권 변화'를 거론하며 북한을 전방위로 압박하던 데서 보름만에 입장이 다소 누그러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구체적인 대화 의지의 표현이라기보다는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는 기존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의 강력하고 실효적인 대북제재 결의안이 도출이 거의 마무리된 만큼 중장기적 남북관계를 고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평화통일에 대한 언급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뤄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분석된다.
이날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7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북핵 문제에 가장 많은 분량을 쏟았다. 지난해 기념사에선 한일관계-남북관계 순으로 메시지가 이어졌는데 이번엔 순서가 반대였다.
박 대통령은 3.1운동 정신에 대한 재평가로 기념사를 시작해 곧바로 북핵 문제를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뤄 후손들이 평화롭고 부강한 한반도에서 살게 하는 것이야말로 3.1 정신을 이 시대에 구현하는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그간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 북한에 지원을 했으나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도발을 했다며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이제 기존의 대응방식으로는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꺾지 못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핵개발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것이 북한의 정권을 유지시킬 수 없다는 점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이어진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와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다 강력한 대응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전세계 100여개가 넘는 국가들이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한 데 이어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곧 채택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에 국제사회의 공조를 과시함과 동시에 과거와 차별화되는 대북제재를 도출한 정부의 외교적 성과를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다만 "앞으로 우리 정부는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지만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변화를 거부하는 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선택은 북한의 몫"이라고 경고했다.
비록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했지만 지난 1월 북한의 핵실험과 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줄곧 '혹독한 대가', '제재'를 강조해온 것을 감안할 때 '대화'를 다시 꺼내든 것은 의미심장하다. 일각에서 폐기론이 제기됐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개발을 멈추지 않고 한반도 긴장을 지속적으로 고조시키고 있는 현 상황을 끝내기 위해서도 한반도의 평화통일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며 "우리가 통일을 염원하는 이유는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이 한반도에서 시작되도록 하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평화통일'을 언급한 이유가 북한의 비핵화와 직결돼 있음을 밝힌 것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당초 이날 관심이 집중됐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한일 합의에 대해서는 언급을 짧게 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합의는 피해자 할머니가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집중적이고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며 지난해 말 합의의 의의를 강조했다.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 정부에서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인하는 등 합의 정신을 뒤집는 '망언'이 이어졌으나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한 직접적인 지적은 하지 않았다. 일본의 책임을 다시 들추기보다 미래지향적 관계 정립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일본 정부도 역사의 과오를 잊지 말고 이번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온전히 실천으로 옮겨 미래 세대에 교훈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서로 손을 잡고 한일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자"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내외적 경제 위기와 관련, 정치권에 대한 주문과 쓴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과 서비스산업 육성을 비롯해 혁신과제들이 기득권과 정치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노사 모두 조금씩 양보하고 정치권도 국민의 열망에 호응해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현재 테러방지법안 관련 여야 대치를 의식한 듯 "대내외적 어려움과 테러위험 상황에서 국회가 거의 마비돼있다"며 "이것은 직무유기이자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국민 여러분의 진실의 소리가 필요하다. 애국애족과 민족대단결의 3.1운동 정신을 되새기며 우리 모두 하나되어 대한민국의 번영과 평화통일이라는 위대한 길을 함께 걸어가자"며 국민의 협조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