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디젤 자동차를 확대한다며 지난 2009년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과 보급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지만 그 후 8년간 환경친화적 자동차로 인정된 클린디젤차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발전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도 수년간 대상 차종이 하나도 나오지 않으면서 오염물질 배출을 줄인 깨끗한 디젤이란 개념이 허구 아니냐는 논란마저 커지고 있다.
국회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18일 현재 이 법에 따라 '환경친화적 자동차'로 지정된 클린디젤차는 한 종도 없다. 이 법은 전기차와 태양광자동차, 하이브리드차, 연료전지차, 천연가스차, 클린디젤차 등 6가지 가운데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환경친화적 자동차로 지정한다. 천연가스와 클린디젤이 2009년 신규 포함됐고 나머지 4가지는 2004년 법제정 당시부터 적용됐다.
환경친화차로 지정되면 취득세 감면 등 구매비용을 일부 지원받을 수 있다. 이는 디젤차에 대한 환경개선부담금 면제, 저공해차량 인증시 공영주차장비 50% 할인 등의 혜택과는 별개다. 이에 따라 올해 구매보조를 받는 전기차는 기아차의 레이와 쏘울, 르노삼성 SM3와 한국GM 스파크 등 차량명 기준 7종이나 되고 전기버스는 3종, 하이브리드는 6종 이상이다. 수소차로 현대차의 투싼 1종이 지정됐고 천연가스차도 적용대상이 정해져 있다.
반면 클린디젤과 태양광자동차는 없다. 상용화된 태양광차가 없다는 걸 고려하면 사실상 클린디젤만 제외된 셈이다.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엔진이 오염물질 배출을 현저히 낮추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법률상 '환경친화적 자동차'는 기준을 충족하는 차종을 산업부·환경부가 고시해야 효력이 생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친환경차와 구분하고 '환친차'로 줄여 부른다. 이른바 환친차법은 2004년 제정됐다. 디젤차는 당시에도 검토됐으나 가솔린 자동차보다 질소산화물(NOx)과 입자상물질(미세먼지, PM) 배출이 많아 최종 제외됐다.
이명박정부 18대 국회이던 2009년 5월 법개정으로 천연가스차(대표발의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와 클린디젤차(이명규 한나라당 의원)가 포함됐다. 이명규 의원안은 클린디젤차가 기존 환경 관련 법제에서 정한 오염물질을 천연가스차 수준으로 배출하면 지정될 수 있게 했다. 이 기준은 논의 결과 '천연가스차 또는 하이브리드차와 유사한 수준'으로 완화됐다.
임채민 당시 지식경제부 차관은 2009년 4월16일 국회 지식경제위(현 산업통상자원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현재 천연가스자동차들의 배기가스 수준이 디젤자동차가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수정안을 제시했다. 국회의 검토보고서도 "클린디젤자동차 기술개발이 계속된다 하더라도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여타 환경친화적자동차나 천연가스자동차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부와 국회가 클린디젤의 한계를 상당부분 인지했음에도 법을 통과시킨 것은 당시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이명박정부는 녹색성장의 한 방안으로 '그린카' 개발을 지목했다. 또 세계적으로 배출가스 허용기준이 점차 강화, 해외로 경유차를 수출하려면 오염물질 저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클린디젤차 개발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대두됐다. 법개정 후인 2009년 12월, 이상득·이명규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에서 '클린디젤 글로벌 포럼'을 공동개최했다. 디젤차는 빠른 시일 내 실현가능한 그린카로 각광 받았다.
국회의원들이 디젤기술 분야에 구체적인 전문성을 갖지 못한 것도 한 이유다. 법안 심의과정엔 클린디젤이 과연 환경친화적이라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선 거의 논쟁이 되지 않았다. 이 법 통과가 대형 자동차업체나 정유사들의 마케팅에 활용된 면도 있다. 일각에선 로비 의혹마저 제기한다. 국회 관계자는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당시 관련업계의 로비도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법을 다시 고쳐 클린디젤을 적용대상에서 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재개정은 한 차례 논의됐으나 법안이 폐기됐다.☞"더티 디젤" 친환경서 삭제 법안, 산업부 반대로 이미 폐기(본지 2016년5월18일자)
19대국회 임기만료에 따라 20대국회에 같은 내용의 법안이 제출되면 재차 논란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클린디젤차를 환경친화적 자동차로 지정하려면 오염 배출물질이 하이브리드나 천연가스 자동차와 유사한 수준이라야 하는데 아직은 그에 맞추는 기술이 부족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