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회의에서도 '언제'가 없다. 새누리당 혁신비대위 본격 가동 이후 나흘이 지났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비대위의 역할 확대를 경계하는 당내 분위기에 비대위원들이 입조심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혁신형' 비대위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인다.
새누리당 혁신비대위는 7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비대위 2차 회의를 열었다.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앞으로 정치의 눈이 아니라 국민의 눈에 맞춘 혁신을 하겠다"며 "정치적 셈법에 개의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일정을 만들고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지켜본 한 정치권 관계자는 "말은 풍성한데, 정작 언제부터 뭘 하겠다는건지는 이번에도 얘기를 못하니 참 답답한 일"이라고 말했다. 혁신비대위의 활동계획이 아직 '언제'를 담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혁신비대위는 지난 3일 당사에서 첫 회의를 가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당이 바뀌는 모습을 국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신속하게 혁신 작업을 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복당문제에 대해서도 최대한 빨리 비대위 차원의 논의를 진행해 가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나흘이 지난 이날까지 비대위는 구체적인 활동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분위기다. 당이 원구성 협상에 발목잡힌 상황에서 제대로 다른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이 변수다. 하지만 혁신비대위는 당초 이런 상황에 대비해 당 지도부와 투트랙으로 가동되도록 설계된 조직이다. 별도로 혁신계획을 세워야 한다.
김 위원장은 이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삶의 질 평가 결과, 강남역 살인사건과 구의역 전동차 사고 등 사회 이슈들을 나열한 후 "사회적 약자의 안전을 위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인 방법론은 없다. 출범 당시부터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비대위다. 액션플랜이 너무 늦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내서 비대위에 제대로 힘을 실어주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비대위 구성 초기부터 '혁신형'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당내 주류인 친박이 혁신비대위의 역할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는 거다. 비대위의 역할에 알게모르게 한계가 설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비대위원들도 입조심을 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외부 위원인 오정근 비대위원은 이날 아침 KBS라디오에 출연해 "(비대위에 대해) 반발이 나오면 이런 당은 없애버려야 한다"며 강도 높은 쇄신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정작 비대위 회의에서는 경제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정도의 발언에 그쳤다.
비공개 회의에서 얼마나 강도 높은 쇄신 논의가 이뤄질지는 알 수 없지만, 밖에서 하는 얘기를 정작 비대위 내부에서 꺼내지 못한다면 심각한 문제다. 앞선 회의에서 "새누리당은 비유하자면 능력도, 비전도 없는 정말 매력없는 이성"이라고 비판해 여론의 신선한 반응을 이끌어냈던 임윤선 위원 역시 이날 모두발언에서는 입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