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나 정치 관계자들은 국회에 대한 국민 인식을 아쉬워 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한 권한이고 국회가 제 역할을 하는 것조차 있는 그대로 평가되지 않는다는 거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대표적인 게 국회의원 특권 갯수다. '200가지 특권'이란 말이 퍼졌지만 정작 무엇무엇을 일컫는지 말하는 이가 없다. 실상보다는 '허상'에 가까운 과도한 표현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회의원의 각종 역할까지 끌어모은 결과란 분석이 있다. 정부에 대한 국회의 자료요구권, 국정감사나 국정조사권을 보자. 법으로 정한 국회의 기능이지만 국회의원의 특권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그 '특권' 덕에 정부의 각종 치부가 밝혀지고, 부적격 공직자는 검증 과정에서 걸러지며, 낭비될 뻔한 예산도-극히 일부긴 하지만- 바로잡을 수 있지만 이런 사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최근의 비난은 명백히 국회가 자초한 일이다. 가족·친인척 보좌진 채용 건은 갖은 이유로 꾸준히 쌓인 국민 불만에 불을 붙였다. 쏟아지는 비난 속에 3일 현재 국회와 각 정당은 개혁을 약속했다. 하지만 국회도, 지켜보는 국민도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무엇이 특권이고 무엇이 정당한 권한인지, 따라서 어떤 특권은 과감히 청산하되 어떤 권한만큼은 호도하지 말고 제대로 써야 하는 건지 엄정히 갈라서 봐야 한다.
보좌진 문제는 친인척 금지가 아니라 채용제도와 국회의원들 인식의 후진성 개선이 해답이다. 지금은 보좌진 채용에 의원 1인의 재량이 너무 크고 임명·면직 기준도 임의적이다. 이 또한 국회의원의 특권 중 하나일 것이다. 이로 인해 특혜와 보은성 채용, 월급 쪼개기 등 구태가 얼마든지 가능했다.
국민들은 공항에서 긴 줄을 서는데 의원들은 유유히 귀빈실을 통해 급행 수속을 밟는 관행을 고치거나, 상징적 의미로 국회의원 '금배지'를 폐지하는 것도 논의해 보자. 의원들이 의회 출입구에서 일반 직장이나 보좌진처럼 사진이 들어간 신분증을 찍는 나라들이 실제로 있다.
반대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론은 번지수를 잘못 짚는 것이다. 개인비리 처벌을 막아주는 게 아니라 헌법기관으로 역할과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 헌법에 명시한 불체포특권이다. 이 문제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피하는 이른바 방탄국회를 금지하면 된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들이 그런 내용이다.
그보다 앞서서는 자질없는 정치인이 발을 못 붙이도록 공천과 선거에서 걸러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채 불체포특권 '포기'만 덜컥 결정하면 정치인만 아니라 국민들도 권력과 검찰 앞에 무장해제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 참에 국회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행태도 되돌아보자. 의원들은 상임위 업무보고나 국정감사에서 정부 기관장들을 불러 호통치고 때로 비아냥댄다.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이를 통해 정부 잘못을 바로잡고 국민에게 이득이 되는 결과라면 또 모르겠다. 그러나 지적되는 문제는 해마다 반복되기 일쑤고 지켜보는 국민은 국회 기능의 효능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그보다 시간부족을 이유로 기관장들의 답변마저 잘라 끊고 본인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국회의원 '갑질'의 현장으로 느끼기 쉽다.
정치평론가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여야는 개혁에 (언제까지 하겠다는) 타임 스케줄을 발표해야 한다"며 "정치인이 잘못하면 공천과 선거를 통해 정리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정치 전체를 무력화하고 정치불신을 부추겨선 안 된다"며 "정치복원을 위한 개혁에 (각 정당이) 인식을 같이 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의 말처럼 '가족 보좌진' 논란이라는 폭풍의 끝이 정치실종이자 정치마비여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