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를 휩쓸고 있는 '여소야대' 분위기가 14일 진행된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무겁게 반영됐다. 여야 이견을 보인 고용노동부의 예비비 지출 승인의 건이 그동안의 관례인 합의가 아닌 표결로 승인이 결정된 것.
대통령의 재가가 나기 전 예비비를 사용한 고용노동부의 예비비 승인은 징계 의견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어갔다. 다수결 의결 방식에 불만을 나타낸 새누리당 의원들은 표결 시작 전 회의장을 떠났다.
국회 환노위는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2015회계연도 고용노동부 예비비 지출 승인의 건을 표결로 심의·의결했다. 상임위원 재석 9인 중 9인 찬성(정원 16명)으로 야당 의원들만 표결에 참석한 가운데 징계 및 감사원 감사청구 요구가 결정됐다.
지난해 뿐 아니라 2016회계연도에도 배정이 결정된 고용노동부의 예비비 사용 내역에 대한 명세서를 환노위 전체 의원들에게 제출하는 내용의 의결도 표결 이후 야당 의원들만 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가결됐다.
이 과정에서 환노위 여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은 표결 진행 전 이 같은 결정을 한 더불어민주당 출신 홍영표 환노위원장에게 불만을 표시하고 자리를 떴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노동개혁 홍보를 위해 54억원을 예비비로 지출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노동개혁 홍보가 예비비를 사용할 정도로 긴박한 사안이 아니라는 야당과 환노위 수석전문위원의 문제제기와 더불어 대통령 승인 전에 고용노동부가 예비비를 집행해 버린 절차적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던 것.
고용노동부 예산 사용 내역과 함께 예비비 사용 승인을 심도 있게 심사하는 환노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예산소위)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이날 전체회의에서 추가 논의가 이뤄지게 됐다.
예비비의 절차적 문제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도 부적절성을 인정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절차를 철저히 따져서 이행했어야 되는데 시급성 때문에 지키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잘못됐다.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 예비비 지출의 건 부대의견에 잘못에 대한 시정요구를 명시하는 마무리 짓자는 여당의 의견과, 징계 및 감사원 감사청구 요구를 하자는 야당의 의견이 이날 회의의 주요 쟁점이 됐다.
징계를 주장한 한정애 더민주 의원은 "위법한 방식으로 대통령 승인 이전에 예비비를 쓴 것은 시정보다 더 강한 징계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여기에 고용노동부는 올해 홍보비로도 이미 50억원을 예비비로 신청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고 말했다.
반면, 야당의 징계요구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인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을 위해 일 잘 해보려고, 적절한 홍보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발생한 과실이 사건의 성격"이라며 "열심히 한 사람들을 우리가 징계를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의 시정과 징계를 요구하는 토론이 계속 됐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홍영표 환노위원장은 이례적으로 표결에 의한 예비비 승인의 건 심의·의결을 결정했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이 "(상임위 내용을) 표결을 하지 않는 게 우리 (국회의) 자랑스러운 전통이고 그게 깨지면 나쁜 선례가 된다"고 말했지만, 홍 위원장은 "여야 합의 원칙은 국회 선진화법에 의한 것인데, 선진화법은 법률을 심사할 때 적용되는 것이지 회의 진행이나 사소한 문제들은 얼마든지 표결로 의결해 왔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홍 위원장이 표결을 결정하자 하 의원은 "위원장이 어떻게 처음부터 파행을 유도하느냐"며 사과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새누리당 의원 전원과 함께 회의장을 떠났다
표결 직후 홍 위원장은 "의회주의의 중요한 원칙은 여야 합의 도출에 의한 의결이지만 긴 토론에도 불구하고 쟁점을 해소하지 못해 불가피하게 표결까지 하게 됐다"며 "가능하면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을 통해 타협하고 합의하는 전통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당 환노위 위원들은 회의 종료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은 청년고용과 이중구조해소를 위한 정부의 정책홍보를 문제 삼아 국회를 파행시켰다"며 "앞으로 새누리당 환노위 위원들은 날치기 홍영표 위원장이 사퇴하지 않은 한 환노위에서 날치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사퇴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