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TV광고 줄여 대출이자나 낮추지, 왜 늘리나

김태형 기자
2016.07.19 07:30

[같은생각 다른느낌]논란 많은 대부업 TV 간접·가상광고(PPL)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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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지난 4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대부업 TV광고가 허용된 시간 내에서 대부업 간접·가상광고(PPL)가 가능하도록 입법예고했다. 방통위는 대부업법에서 명시된 대부업 TV광고 허용 내용을 방송법에도 구체화하기 위해 시행령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방통위의 대부업 TV 간접·가상광고 허용 결정을 놓고 논란이 많다. TV광고야 채널을 돌려버리면 되지만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 사이에 나오는 간접광고는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불만이다. 또한 충동적인 대출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와 늘어나는 광고비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돼 부담만 키운다는 지적까지 다양한 반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아예 대부업 TV광고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대부업 TV 간접·가상광고의 폐해는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지난해 7월 국회는 대부업법을 개정해 평일과 주말 가족 시청 시간대에는 대부업 TV 광고 방영을 금지했다. 현재 대부업 광고는 케이블 채널을 통해 평일 오전 9시~오후 1시, 평일과 주말 오후 10시~오전 7시까지만 가능토록 제한돼 있다.

그동안 대부업 TV광고는 일반인들에게 충동적인 대출을 조장하고 청소년들의 건전한 금융관념을 형성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업체들 사이에 과열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광고를 통한 고객유인으로 규모를 키우면서 소비자에게 높은 비용을 전가한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당시 방송광고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절충안으로 시간제한을 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방통위의 대부업 TV 간접·가상광고를 허용하는 시행령은 기존의 직접광고에 간접·가상 광고를 허용해 실질적으로 광고량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것은 무분별한 광고로 인한 서민경제의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 광고시간을 제한한 대부업법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

둘째, 현재 주부들과 퇴근한 직장인들이 주로 시청하는 시간대에서는 대부업 TV광고가 나오고 있으며 15세 이상 청소년들도 시청가능한 '또 오해영', ‘삼시세끼’ 같은 드라마나 예능프로도 광고 허용시간인 오후 10시 이후에 집중적으로 편성돼 있다.

이미 중간광고가 도입돼 드라마나 예능프로를 시청하면서 어쩔 수 없이 광고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간접·가상광고까지 허용되면 시청자는 광고를 회피하기가 더욱 어렵게 된다. 실질적으로는 대부업 TV광고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셈이다.

최근에는 대부업 TV광고가 시간제한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면서 아예 전면금지하자는 주장도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 6월30일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제윤경 의원과 금융소비자 네트워크,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 등이 간담회를 열어 대부업 TV광고 전면 금지를 논의했다. 나아가 대부업 TV 광고 전면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3법(대부업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상호저축은행법)의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셋째, 현재의 직접광고에 간접·가상 광고까지 허용한다면 광고 비용 증가로 대출금리 인하 여력이 줄어드는 역효과를 가져온다. 차라리 TV광고비를 줄이고 대출 이자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

또한 대부분의 TV광고는 일본계를 비롯한 국내외 대형 대부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간접·가상광고까지 하게 되면 대형업체 중심의 독과점 체제를 굳혀 국내 중소 대부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로 고사될 가능성이 크다.

대부업체는 TV광고 시간대 규제로 대출영업이 위축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하지만 실체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대부업 이용이 증가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6월30일 발표한 ‘2015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12월 기준 대부잔액은 13.2조원, 거래자수 268만명에 이르러 광고시간 제한 전인 상반기보다 각각 7.3%와 2.5% 증가했다. 이는 TV 광고를 줄여도 대부 중개업자에 의한 대출이 증가하는 등 다른 루트를 통해서도 충분히 영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이다.

넷째,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국민경제를 위협하는 화약고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가 지난해 말 1200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1분기에는 1224조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1.4%의 증가율을 보였다. 2012~14년까지 5~7%에 불과했던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5년 3분기 이후 10% 이상의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처럼 가계부채의 심각성이 커지자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잇달아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제1·2금융권의 여신 심사를 강화토록 지도하고, 고금리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민생 안정을 위해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올해 3월부터 대부업의 법정 최고금리를 연 34.9%에서 연 27.9% 로 인하했다. 그러나 아직도 시중 대출금리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고금리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방통위가 간접·가상 광고까지 가능토록 허용한 것은 서민경제를 위해 금리를 낮추고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려는 정부 방침과 엇박자를 내는 것이며 고금리 부채를 조장해 장차 국내경제에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위험을 부추기는 꼴이다.

이처럼 대부업 TV 간접·가상 광고 허용은 실익은 없고 폐해만 있음에도 방통위는 이번 결정을 철회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대부업 TV 간접·가상 광고를 허용하는 건지 따져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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