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기-승-전-사재출연'의 청문회 유감

우경희 기자
2016.09.09 15:47

[조선해운청문회]힘빠진 청문회 "사재출연" 요구만…청문회 스타도 실종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별관회의 청문회(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 조경태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6.9.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별관회의 청문회(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는 개최만으로도 의미있다. 국회 마비사태를 딛고 여야 합의로 성사됐다. 엄연히 존재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서별관회의가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공인됐다. 정책 투명성을 높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청문회는 국민에 만족감도, 국회에 명쾌함도, 정부에 긴장감도 주지 못했다. 특히 청문회 진행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유감스런 요소들은 어렵게 성사된 청문회의 의미를 반감시켰다.

◇증인-자료-성과 없는 3無 유감=핵심 증인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이번 청문회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로비와 방만의 핵심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도 불참했다. 산업은행-대우조선 커넥션의 연결고리 격인 홍보대행사 대표 박수환씨도 출석을 거부했다.

증인이 없는데다 자료도 부실했다. 야당 의원들은 한 명 열외 없이 자료 제출 미비를 질타했다. 대우조선과 회계법인이 영업기밀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했고, 정부도 이를 강제하지 않았다는 거다. 이 때문에 회계법인의 실사자료도 못 보고 지원이 타당한지 아닌지를 검증하는 이상한 상황이 됐다.

증인이 없는 청문회, 자료가 없는 청문회는 정부와 국회의 합작품이다. '어지간하면 자료를 주지 마라'는 지침이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 모 부처 내부에 돌았다. 국회는 청문회 날짜를 잡고도 개원연설 파문 등을 놓고 멱살잡이를 했다. 자료요청 기한을 넘기고도 부처에 전화를 걸어 "어디서 감히"를 외치며 자료를 요구하는 보좌관들을 보며 정부 관계자들은 혀를 찼다.

증인도 자료도 없으니 성과도 없다. 뒤늦게 출석한 최은영 전 한진그룹 회장에게 "사재를 언제 얼마나 출연할거냐"를 수십차례 되묻는 의원들에게서 이 약속이라도 얻어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읽힌다.

◇기-승-전-사재출연 유감=사재출연은 한진해운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한진해운 선박들이 화물을 하역하는데는 1000억원이 든다. 밀린 기름값 등에 6000억원이 필요하다. 최 전 회장은 본인의 재산이 350억~400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일가 재산은 지난 연말 기준 109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다 뺏어도 기름값도 못 갚는다.

국민 정서는 재산이라도 뺏어야 한다는 쪽으로 흐르지만 외려 수백억원을 내놓고 면죄부를 받아서는 안 된다. 최 전 회장은 법정관리 직전에 자녀의 주식을 팔아 주주들이 피눈믈을 흘리는 와중에 손해를 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알짜 계열사를 미리 빼돌려 호화생활을 준비한 정황도 보인다. 정서가 아니라 법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별관회의 청문회(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6.9.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편법으로 재산을 챙긴 오너는 법의 심판을 받게 하고, 실패한 경영인에게서는 경영권을 뺏는 방식으로 책임을 물으면 된다. 청문회는 재산을 뺏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다. 한진해운이나 대우조선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증인으로 참석한 한 기업인은 "국회 차원의 청문회라면 보다 큰 틀의 논의가 이뤄질 줄 알았다"며 "얼마를 언제 내놓을 것이냐는 식으로 증인을 추궁하는 모습을 보니 좀 본질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용병청문 김기식, 대활약 유감=김기식 전 의원(더미래연구소장)의 활약에 대해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19대 국회서 정무위 저승사자로 불렸던 김 전 의원이다. 야당 입장에서는 최고의 용병이다. 청문회 참고인으로 출석해 대우조선 비사를 연이어 풀어놓으며 깨소금같은 역할을 했다.

지켜보던 보좌진 사이에서 "역시 김기식" 보다 "언제적 김기식이냐"는 말이 먼저 나왔다. 더민주 일부 의원은 아예 예정했다는 듯 질의 시간을 쪼개 김 전 의원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미리 합을 맞춘듯 했다. 김 전 의원은 대우조선과 한진해운에 과거 구조조정을 권고했고, 정부의 구조조정 대책이 조잡했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전문성을 갖고 있는 참고인 활용은 청문회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요소지만 김기식만 바라보고 있는 야당 의원들을 보는 시선은 씁쓸하다. 김기식 수준의 경제통 야당의원이 없다는 의미다. 뒤를 이을만한 싹도 보이지 않는다. 숱한 화제를 뿌린 서별관회의 청문회지만 정작 '청문회 스타'라 할 만한 인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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