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측의 얘기를 믿지 못하겠어요." (A 언론사 기자)
"반 전 총장 캠프 사람의 말을 믿고 기사 쓰려다 오보 낼 뻔했어요. 신뢰를 잃었어요." (B 언론사 기자)
지난달 31일 오전 기자들이 쓰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오간 얘기다. 반 전 총장이 이날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연다는 소식을 접한 뒤 나온 반응이기도 하다. 설 연휴가 끝난 직후 여는 간담회인데다 ‘긴급’이란 수식어까지 붙였으니 관심이 더 갔다. 모든 언론사 기자들이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반 전 총장 캠프에서 나온 답은 “검토중이다. 결정된 것은 없다”는 게 전부였다. 일정 확인하는 데만 이 정도다.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려면 더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했다. 입당 관련인지, 제3지대 연대 관련인지 등 제대로 아는 이가 없었다. 전화를 받는 이마다 답변이 다르고 뉘앙스도 차이가 났다. 일정 공지 두 시간 지나서야 반 전 총장 측은 "오늘 3시에 예정된 간담회와 관련해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는데 오늘의 주제는 개헌과 관련된 내용입니다"라는 공식발표를 내놨다. 반 전 총장 캠프 밖은 그렇게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2월 1일이면 반 전 총장이 귀국한지 20일째다. 기자들 사이에선 반 전 총장에 대한 신뢰가 지지율 이상으로 추락했다. 설 연휴를 거치면 재정비될 것이란 기대가 적잖았지만 혼란은 여전했다. 국민들이 보는 반 전 총장의 모습도 크게 다르진 않아 보인다. 설 연휴에 걸쳐 한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야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문재인과 반기문의 지지율 차이가 3배 가까이 벌어졌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도는 32.8%로 반 전 총장의 13.1%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10.5%)과는 2.6%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기대했던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누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와 진보 양쪽 진영에서 지지층을 확실히 견인해내는 데 한계를 겪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귀국 직전까지만 해도 올해 대선판을 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젠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반 전 총장은 억울할 수 있다. 희화화된 보도, 가십성 기사 등이 불만일 수 있다. 그렇다고 반 전 총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한 기자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것까지 애써 무시할 필요가 있을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날개를 달고 날아도 대선에서 성공할까 말까한데 기자들에게서 신뢰를 잃는 것은 한쪽 날개를 잃은 것보다 더 큰 치명타"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설 이후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그의 대선 성패 여부를 판가름 지을 것으로 봤다. 명절 밥상머리 민심이 대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서다. 귀국 후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보인 가운데 설 연휴가 끝난 이후에도 지지율이 반등하지 않으면 걱정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찌보면 전열 정비와 함께 신뢰 회복이다. 캠프 내부의 정비, 언론과의 신뢰 등이 전제되지 않으면 지지율을 쌓아가기 쉽지 않다. “귀국한 지 한 달도 안 돼서…”라는 말이 더 이상 회자되기전에 “이제야 본모습이…”라는 평이 나오도록 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은 ‘소통’이다. '벚꽃 대선'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