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늘어지는 추경, 깊어지는 한숨

이재원 기자
2017.06.27 04:31

[the300]

"청년 일자리가 달린 문제입니다. 심의라도 시작하게 도와주세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책임자인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26일 국회를 찾았다. 김 부총리는 각 당 정책위의장들을 찾아 손을 맞잡으며 호소했다. "심의 과정에서 제 생각이 짧았던 것이 있으면 수정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호소, 읍소, 절규를 거듭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마음이 바쁘다. 문 대통령이 추경안 국회 시정연설을 한 지 2주가 지났는데도 추경안의 상임위원회 상정조차 못한 상태다. 6월 국회 처리는 물건너갔다. 7월 국회마저 지나가면 하나마나한 추경이 된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얘기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24%,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 상태다. 정부 재정을 하반기 풀려면 7월에 추경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게 정부 여당의 주장이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일자리 대책이 대부분이 8~9월로 예정돼 있어 추경이 무산되면 사업 축소나 무산이 불가피하다. 추경이 통과되더라도 시기가 늦으면 '불용 예산'이 될 가능성도 높다. 적절한 시기에 투입되지 못한 예산이 낭비되는 것이다. 그래서 '추경은 타이밍'이라는 말도 있다.

다만 정치권의 계산은 ‘조금’ 다르다. 명분, 실리 뿐 아니라 정치적 셈법이 들어간다. 우선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을 보자. 추경 요건 미흡, 공무원 일자리 반대 등을 전면에 내세운다. 정부의 추경 설명에도 이현재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동의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타협이나 협상 등의 여지는 아예 두지 않는다. 강한 야당의 선명성만인 살 길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듯 하다. 정략적 반대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집권여당인 민주당 일각에서도 ‘정략적 판단’이 감지된다. 지도부의 다급함과 달리 의원회관에선 "뭘 저리 급하게 그러냐"는 목소리가 들린다. 야당의 반대로 추경이 미뤄지면, 야권에 대한 여론 악화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승리에 유리하다는 논리다. 실제 이번 추경 11조2000억원중 지방자치단체로 나가는 돈만 4조원에 달한다. 지역 민심을 돈을 막는 쪽을 비난할 것이라는 게 여권의 판단이다.

입으로는 "추경 통과" “추경 반대”를 외치지만 눈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그리고 있는 정치권이다. 야당의 발목잡기, 여권내의 엇박자 등 정치권 셈법으로 늘어나는 것은 국민들의 한숨이다.

이재원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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