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에서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재외공관 인력 배치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재외공관별 업무수요 평가가 7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재외공관의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업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형편이다. 이같은 기본적 '진단' 없이 재외공관장 인사에만 관심을 기울인 외교부 혁신안은 유명무실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외교부 및 그 소속기관 직위배정에 관한 훈령' 제3조에 의하면, 외교부는 매 3년마다 기관별·업무분야별 업무수요의 변동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직위배정표를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외공관에 대한 업무수요 평가는 7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2003년 현행 직위배정표를 작성한 이래 2005년과 2010년 2회에 걸쳐 전 재외공관의 업무수요 변화를 파악했을 뿐, 7년째 업무수요 평가를 실시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업무수요 평가조차 없는 외교부의 직위배정표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는 국회 국정감사에서조차 확인할 수 없다. 외교부는 "2003년 현행 직위배정표를 작성한 이래 직위배정표가 외교 업무 수요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면서도 "직위배정표가 3급비밀로 관리되고 있어 제출할 수 없다"고 감추기에만 급급했다. 이같은 외교부의 법령 위반과 밀행주의는 외교부 본부 및 재외공관의 '주먹구구식 인사운영'을 야기한 근본 원인이다.
외교부는 재외공관 인력 중 외교부가 파견하는 고위공무원단, 타 부처가 파견하는 주재관, 현지에서 충원하는 행정직원 등 전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69년간 재외공관 '정원배정표'나 '정원기준'을 한 차례도 작성하지 않았다. 183개 재외공관의 전체 그림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그때그때 인사상 편의에 따라 조직을 관리해왔단 뜻이다.
지난 5년간 외교부 본부 내 고위공무원 중 초과인원은 평균 12명인 반면 재외공관 고위공무원 공석은 평균 29명으로 심각한 불균형을 나타냈다. 주재관의 경우 외교부가 선발에 나서는 심사위원 명단을 비공개로 관리해 '밀행주의'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재외공관 외교인력의 1.85배에 달하는 3000여명의 행정직원은 정원규정도 제정하지 않은 채 인력을 관리하고 있어 공관별 선임연구원 배치가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불필요한 예산낭비도 발생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국감에서 지적된 후 공관별 행정직원 인원배정이 처음으로 작성됐는데, 이 업무를 담당한 외교부 관계자는 "각 공관에서 너도나도 정원을 늘려달라고 하는 바람에 곤욕을 겪었다"며 "최근 공관별 업무수요를 파악한 적이 없어 기존 인원에서 임의로 가감하다보니 인력배정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2003년 직위배정표 작성 이후 2005년과 2010년 단 2차례에 걸쳐 재외공관의 업무수요 변화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와 관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직속으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난달 내놓은 '외교부 혁신 로드맵'의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안은 외교부 간부 직원의 여성 비율을 20%까지 늘리고 기능이 중복되는 본부 부서 최대 10개를 5개로 통폐합하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으나, 재외공관 인력배치와 관련해서는 현 정부 임기 내 외부 출신 재외공관장 비율을 30%까지 높인다는 목표치만 제시했을 뿐이다.
혁신안 중 '사건사고 전담직원 전 공관별 1명 확보'는 당장 시급한 과제임에도 2019년을 시한으로 정한 반면, △재외공관 관리공단 △해외안전지킴이센터 △국민외교센터 △글로벌인재양성센터 신설 등 조직확충은 2018년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교 전문가는 "외교부 본부뿐 아니라 전세계 183개 재외공관을 아우르는 외교부 특성상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재외공관장뿐 아니라 주재관, 행정직원 등 하부직원들의 체계적 배치와 관리가 절실하다"며 "오랜 세월 눈감아온 외교부의 체계없는 조직관리의 문제점을 이제라도 정확히 진단하고 원칙에 따른 운용을 할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