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강원도 원주에서 한 여성이 가정폭력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는 집으로 돌아가길 원치 않았고, 경찰이 제공하는 임시숙소 호텔에 머물렀다. 이후 숙소에 혼자 남겨진 그는 해당 호텔에서 완강기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남 창원에서 임시숙소에 머물던 한 여성이 추락사한 일이 발생한지 한달여 만이었다.
가정폭력과 성폭력 등 범죄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임시숙소제도에 허점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피해자 보호와 건강문제 등 응급상황에 대한 대비가 불충분하다는 것. 실제로 경남 창원 범죄피해자 임시숙소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만인 지난해 11월 강원도 원주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고, 경찰은 이를 막지 못했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 등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강원도 원주 범죄피해자 임시숙소에서 한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가정폭력 피해자인 그는 임시숙소에 혼자 머물며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범죄피해자 임시 숙소 대부분이 숙박업소라 유사한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현재 임시숙소 292개 중 65%에 해당하는 190개소가 호텔과 모텔, 여관 등 숙박업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숙박업소는 타인 침입과 피해자 보호에 대한 대처가 어렵다. 앞선 두 사례와 같이 우울증으로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하는 경우에도 대처할 수 없다. 숙박업소 특성 상 임시숙소가 유흥가 근처에 위치한 경우가 있다는 점도 문제다.
김 의원은 "2차 피해 가능성이 높고, 심리 불안이 높은 범죄 피해자에게 안전하지 않은 숙박업소를 임시거처로 제공하는 것은 범죄피해자를 배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임시숙소에 지정 및 관리에 대한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지원기관의 상담 등 전문 서비스를 신속히 제공받을 수 없어 지원의 적시성이 떨어지고 이용자 대다수가 가정폭력 피해자임에도 경찰 내 가정폭력 사건 담당부서와 범죄피해자 임시숙소 담당부서가 달라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을 위한 사건 연계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범죄피해자 임시숙소를 이용한 5122명의 피해자 중 가정폭력 피해자가 4187명으로 81.7%에 달한다. 상해폭행(472명)과 기타(159명), 성폭력(125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지역경찰과 여성청소년, 형사 등 여러 관련 부서가 임시숙소 지원을 하고 있어 총괄적으로 관리하고 기금을 집행하는 청문감사관실이 이를 담당하고 있다"며 "여성청소년과는 직접 임시숙소를 안내하고 전문보호시설 연계 등 사후조치를 전담하고 있다"고 했다.
범죄피해자 임시숙소 이용이 늘어가고 있으나 예산지원이 불충분 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임시숙소 이용건수는 지난 2014년 5191박(3364건)에서 지난해 9000박(5122건)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관련 예산은 3년째 그대로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범죄피해자 숙소 관련 예산은 4억7500만원이다. 지난 2016년 4억7500만원으로 늘어난 후 3년째 제자리다. 시설개선과 관리강화 등의 요구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현장에서 충분히 지원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