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우리 정부 임기 6개월이 남은 시점입니다. 정부는 마지막까지 민생에 전념하며 완전한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한 이 말은 각 부처에 "열심히 일 좀 하자"고 보내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였다.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공직을 경험한 문 대통령은 공무원들이 정권 말에 움직이지 않는 것을 잘 안다. 문 대통령이 기회가 될 때마다 "우리 정부엔 말년이 없다"며 "마지막까지 일하는 정부가 돼야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특히 관심을 끈 건 요소수 부족 사태와 물가급등과 같은 민생문제가 심상치 않아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7박9일간의 유럽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이런 민생 현안을 직접 챙겼다. 유럽 순방중에도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등 경제라인을 통해 관련 보고를 받았지만, 귀국 후 국내에 들어와 접한 관련 소식은 더욱 심각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주말에도 요소수 문제 등에 대한 여러 자료를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요소수 수급 안정을 위해 가용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국내외적으로 발빠르게 대응할 것"을 주문한데 이어 이날도 요소수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관련 부처에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일각에선 일부 부처와 관료들의 안일한 문제의식이 이번 사안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중소기업위원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질타가 있었다. 코트라가 산업부에 20일 이상 늑장 보고를 했고 대응이 그만큼 늦었다는 것이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정부에 늑장 보고한 코트라를 정면 비판했다. 당초 코트라는 10월 초 중국 정부의 요소수 수출 제한 움직임을 인지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엔 무려 20일 뒤에 보고한 것으로 질의 과정에서 드러났다. 조 의원은 "20일 이상 묵혀 보고하는 저 따위 행위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오죽하면 국민이 소방서에 기부하는 상황을 만드느냐"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관련 부처에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따른 원자재 수급 문제를 보다 광범위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국가의 수입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품목에 대해선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고, 면밀한 관리체계를 구축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물가에 대한 언급도 했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병목 현상 등으로 물가 불안이 발생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손 쓸 수 있는 대책마련에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공공요금 동결, 농축수산물 공급 확대에 이어 이번 주부터는 유류세를 20% 인하한다"며 "물가 안정이 민생 안정의 첫걸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부처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에선 공교롭게 이 두 현안과 관련한 기관의 핵심 인사들이 청와대 출신인 것에 아쉬움을 나타낸다. 요소수 문제로 논란이 된 코트라의 수장인 유정열 사장은 청와대 산업통상비서관 출신이고, 물가를 직접 챙기는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 출신으로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청와대에서 일했다. 유 사장과 이 차관은 청와대에서 경제·산업 전반을 챙긴 핵심 참모로 문 대통령도 이들에 대한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두 현안이 글로벌 경제 문제에서 파생된 탓에 우리 정책만으론 힘든 측면이 있지만, 민생이란 영역에서 볼땐 이들 역할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 역시 공적 영역에서 일하는 관료들이 더욱 분발해주기를 바라는 뜻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요소수 공급 차질 문제가 시급한 현안이 됐다"며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품목까지 관리 범위를 넓혀 수입선 다변화와 기술 자립, 국내 생산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물가안정과 관련해 "정부의 유류세 인하가 일선 주유소 등에 곧바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