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20% 안팎을 넘나드는 지지율은 마치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앙상한 나뭇가지 같다. 거대 야당의 거센 공세는 이 앙상한 가지를 더욱더 세차게 흔들 것이다. 혹독한 추위는 이제 시작이다.
산적한 개혁 과제들은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의료·연금·노동·교육 등 이른바 4대 개혁은 물론 윤 대통령이 후반기 국정 기조로 내세운 '양극화 타개' 역시 갈 길이 까마득하다. 임기 말 레임덕에 따른 국정동력 약화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짧다.
의대 증원으로 대변되는 의료 개혁도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2025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수시 합격자 발표까지 이뤄지고 있지만 반대 세력은 여전히 '2025학년도 정원 축소'를 외친다.
야심차게 출발한 여야의정 협의체마저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출범 20일 만에 활동을 중단했다. '초저출생·초고령화'의 알람 소리가 요란한 대한민국의 시계는 이런 '개혁의 머뭇거림'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2. 그 사이 거대 야당의 공세는 더욱 매서워졌다. 헌정사상 초유의 감액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처리한 것은 물론 본회의 표결 전 더 많은 삭감도 가능하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탄핵소추와 국정조사, 특별검사법안도 거대 야당이 쥔 무기다.
당장 2일 본회의에 검사 3명과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보고됐다. 윤석열정부 들어 야당이 탄핵 소추한 인사는 18명에 달한다.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지 않아도 국회 가결만으로도 소추 대상자의 직무가 정지가 되는 만큼 국정에 심각한 타격이다. 이번 소추안이 가결되면 서울중앙지검장과 감사원장이 동시에 직무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표결도 오는 10일 예정돼 있다. 이를 두고 여당은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3. 임기 후반부를 맞이한 윤 대통령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연내에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말에서 조급함도 느껴진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서두르되 천천히(Festina lente)"라고 강조했다. '이제 반도 남지 않았다'는 조급함은 오히려 그동안 쌓아온 개혁의 기반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 '아직 반이나 남았다'는 조급한 마음 대신 순리를 따라야 한다.
혁명보다 어려운 게 개혁이라고 한다. 국민의 신뢰를 등에 업고, 정치권과 힘을 모아야만 가능하다. 그러려면 아무리 미운 상대라도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겸손과 포용이 결코 패배나 굴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의견을 가진 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것은 국가 지도자의 미덕이다.
임기 후반기 윤 대통령이 보여줄 리더십과 개혁의 성과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약속한 변화와 혁신을 기다리고 있다. 급할 것 없다. '벌써 절반'이 아니라 '아직 절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