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겨누지 마"...'계엄 명령' 거부한 1공수여단장, 부하들 생각에 눈물

김인한 기자
2024.12.06 19:43

[the300 디브리핑] 특전사령관 비상계엄 전날 "北 동향 심상치 않아"
尹 계엄 선포하자…'국회 장악' 임무만 듣고 최정예 특전사 국회 진입

[편집자주] '브리핑'(Briefing)이 사전에 정보나 지시 등을 요약해 전달하는 것이라면 '디브리핑'(Debriefing)은 모든 상황이 끝난 뒤 임무 수행 등에 대해 보고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해 산발적으로 쏟아지는 정보들을 한데 모아 사건을 시간순으로 재구성, 독자 여러분께 일목요연하게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부로 계엄군이 진입하자 보좌진들과 충돌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1. 비상계엄 선포 하루 전인 지난 2일 한빛부대의 남수단 파병 환송식에 곽종근 특전사령관(중장·육군사관학교 47기)과 특전사 예하 제1공수여단장 등 현장 지휘관이 한자리에 모였다. 곽 사령관은 지휘관들에게 "북한 동향이 심상치 않으니 특전사가 대비태세를 잘 갖춰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튿날인 3일 밤 10시23분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특전사 병력은 '국회 장악' 임무를 하달 받고 급파됐다. 테러 초동 대응이 임무인 특전사로선 무장한 채 국회로 향했다. '북한의 국지전 또는 테러 상황'을 가정한 이들은 구체적 명령 하달을 기다렸다.

곽 사령관은 이상현 1공수여단장(준장·육사 50기)에게 여단 예하 2개 대대 출동을 명령했다. 그러면서 "국회 내부에 있는 인원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내라"는 구체적 명령을 추가 하달했다. 다만 "실탄은 2개 대대장이 통합해서 휴대하라"고 했다.

이때부터 현장 지휘관들 머릿속엔 급변 사태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군사 상황에서 실탄 지급은 당연한 매뉴얼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부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제기한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준비 의혹이 이들의 머릿 속을 스쳤다.

이상현 여단장 등 특전사 지휘관은 군사 상황이 아닐 수 있다고 판단했고 국회 장악을 위해 30여명을 데리고 투입된 대대장(중령)에게 현 상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현장 대대장은 자신들과 마주한 이들이 국회의원 보좌관 등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이 여단장 등 현장 지휘관은 부당한 계엄 명령임을 직감하고 "총구를 민간인을 향해 겨누지 마라" "민간인은 다쳐선 안 된다" "총을 뒤로 메라" 등의 지시를 내렸다. 당시 1공수여단 병력은 계엄군 280여명 중 30여명이 이미 국회에 투입됐다.

계엄군과 별개로 국회 인근에서 대기하던 1공수여단 140여명에겐 버스로 이동해 대기할 것, 추가로 국회에 오려던 80여명에게도 대기할 것을 지시했다. 계엄군과 국회의원 보좌관 등이 극한 대치를 벌이던 4일 새벽 1시쯤 여야 의원 190명이 출석한 국회 본회의에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계엄군은 곧바로 원소속 부대 복귀를 명령받았다.

윤 대통령은 4일 새벽 4시30분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며 "다만 즉시 국무회의를 소집했지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 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해 오는대로 바로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했다. 약 6시간 만에 군이 국가의 행정·사법권 등을 모두 쥐는 '계엄 악몽'에서 전국민이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진입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2. 이상현 여단장은 6일 오후 2시쯤 계엄에 투입됐던 부하들 앞에 섰다. 계엄을 지시받은 배경을 설명하고 사회적 질타를 받는 부대원들을 격려하고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특전사 최정예 장병들은 테러 확산 방지란 목적으로 알고 국회에 급파됐지만 부당한 계엄군으로 낙인이 찍혀 사기가 바닥이었다고 한다.

이 여단장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시종일관 담담했지만 부대원들에 대해 언급할 땐 울먹였다. 그는 "가슴이 너무나도 아프고 착잡하다"며 "군의 사기는 봉급을 더 주는 것보다도 우리가 군복을 입는 가치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 때"라고 했다.

이 여단장은 "국민들로부터 성원을 받고 박수를 받을 때 우리 군이 사기가 올라가는 것인데 잘못된 상부의 결정으로 인해 우리 부하들이 마음에 큰 상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니깐 너무나도 마음이 착잡하다"며 "부하들 명예 회복을 위해 제가 모든 걸 다 감수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저희는 사관학교 때부터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나에게'라고 교육을 받았다"며 "우리 특전사는 평시 테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초동 대응을 맡고 전시엔 북한에 들어가 임무를 수행한다"고 했다. 이어 "야당에선 계엄군 모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데 부하들은 시민들 앞에서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며 "이번에 발생한 모든 책임은 제 탓이고 제가 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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