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가 12.3 비상계엄 선포·해제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추진 소식 등을 보도했다. 계엄 사태가 벌어진 지 8일 만이다. 북한은 그동안 윤 대통령에 대한 한국 내 탄핵 여론을 전할 경우 북한 내부 동요 등을 우려해 선전을 자제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및 탄핵 추진 상황을 전했다. 노동신문은 북한 주민들이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신문이다.
신문은 "심각한 통치위기, 탄핵위기에 처한 윤석열 괴뢰가 불의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파쑈(파쇼) 독재의 총칼을 국민에게 서슴없이 내대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 온 괴뢰 한국 땅을 아비규환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밝혔다.
신문은 "지난 12월3일 밤 윤석열 괴뢰는 최악의 집권 위기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여러 대의 직승기(헬리콥터)와 륙군(육군) 특수전사령부의 깡패 무리를 비롯한 완전 무장한 계엄군을 내몰아 국회를 봉쇄했다"고 했다.
이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에 따라 윤 대통령이 이를 6시간 만에 해제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표결에 불참해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법안이 폐기된 사실도 언급했다.
신문은 "집권기간 안팎으로 궁지에 빠지고 당장 권력의 자리에서 쫓겨나게 된 윤석열 괴뢰가 수십년 전 군부 독재 정권 시기의 쿠데타를 방불케 하는 미친 짓을 한 것은 야당을 비롯한 각계층의 강렬한 규탄을 불러 일으켰으며 민심의 탄핵열기를 더욱 폭발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100만명의 군중이 떨쳐나 국회 청사를 둘러싸고 '포위행진'을 단행했다"고 선전했다. 신문은 서울 외 인천, 대구 등 다른 지역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퇴진 집회가 열리고 지난 9일·10일에도 전국 곳곳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고 전했다.
신문에는 국회 앞 도로를 가득 메운 집회 인파 등 집회 현장 사진이 여러 장 실렸다. 한국 언론 보도 사진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그간에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영국 등의 언론사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을 무단 도용해온 바 있다.
북한은 지난 4일자 이후로 남한 관련 보도를 아예 하지 않고 침묵하다가 이번에 대남 보도를 재개했다. 다만 신문은 군이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지난 10월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보냈다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장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혼란스러운 남측과 일심단결의 북측을 비교함으로써 사회주의 우월성을 선전하려는 의도가 내포됐다"며 "사실 위주로 인용 보도한 것은 두 국가론을 제기한 마당에 불필요한 내정 간섭적인 자극적 언사를 자제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 내부적으로 한국에서 행정권 등을 관할하는 국가의 원수이자 대통령을 국민들이 끌어내려고 한다는 동향을 알리는 것은 김정은 체제의 또 다른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며 "남한 관련 보도를 자제하다가 계엄 8일 만에 관련 소식을 전한 것도 그런 이유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