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중진의원과의 식사 자리에서다. 이 의원은 "제가 꼰대 같아 보일 지도 모르겠는데"라며 운을 뗐다. "초선은 물론이고, 재선 의원들까지도 상대 정당과 대화하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봐요. 그게 지금의 국회라니까요."
그는 왜 초·재선 의원이라고 콕 집어 얘기했을까. 이유를 묻자 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두 차례의 총선에서 연이어 압승을 거둔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 쪽의 의석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보니 굳이 상대방과 대화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된 거죠. 초·재선 대부분이 상대 정당과 치열하게 협상해본 경험이 없어요"
그러자 한 동석자가 말을 보탰다. "생각해보니 재선 의원들은 코로나19 시절 처음 국회에 들어와 처음에 사람을 만나며 의정활동하는 게 어려웠겠네요."
'협치 실종'은 더 이상 여의도에서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이젠 협치가 없는 게 '뉴노멀'(새로운 질서)이란 말까지 나온다. 여야 간 소통 단절은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는 '무한루프 정국'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쌓아올려진 적개심은 맹목적 증오가 되고, 결국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과 그 권한대행의 탄핵이란 비극으로까지 이어졌다.
여야가 대화하지 않으니 경우의 수는 늘고, 불확실성은 커진다. 이른바 쌍특검(김건희 여사·내란 특별검사)이 도입될지, 남은 국회 몫 헌법재판관 1명이 마저 임명될지, 헌법재판관 2명이 퇴임하는 4월18일 전까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끝날지 아무도 예단하지 못한다. 자본이 혐오하는 불확실성이 시장을 휘감으면서 주가는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 가까이로 치솟았다.
현 상황을 뉴노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기엔 그 비용이 너무 크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데 정권을 잡았다고, 또는 압도적 국회 의석을 확보했다고 마음대로 하는 게 과연 '공화주의'인가.
미국 연방의회엔 여야의 당리당략에 빠지는 대신 합리적 해법을 고민하는 '초당파 그룹'이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당파적 극단주의를 견제하며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는 조 맨친 상원의원 등 초당파 의원들이 특정 진영의 일극주의를 막는 보루이자 대화의 정치를 이끄는 윤활유다. 우리 국회에도 이런 이들이 있길 바란다면 지나친 기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