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설 명절을 앞두고 헌법재판소에 출석해 직접 변론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자신의 입장을 밝힘으로써 설 명절 기간 국민들 사이에서 탄핵의 정당성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변호인 접견 등을 통해 옥중서신 등의 메시지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 측이 그동안 사법기관의 절차상 하자를 집요하게 파고들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던 만큼 설 연휴를 기점으로 지지층 결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윤 대통령은 20일 서울구치소 미결수 수용동에 수감된 상태로 구속 2일 차를 보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날 윤 대통령에게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지만 "공수처에 더는 말할 게 없다"며 출석을 거부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조사를 거부하면서도 설 명절 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는 직접 출석해 변론할 의사를 내비쳤다. 윤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인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탄핵 심판 출석 시기에 대해 "곧 출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설 명절 전 탄핵심판정에 출석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16일 2차 변론기일 당시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와 신변 안전 우려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으나, 이후 체포영장이 집행되고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불출석 사유가 대부분 해소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오는 21일 또는 23일 변론기일에 윤 대통령이 직접 출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4차 변론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측 증인인 만큼 윤 대통령이 직접 출석해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현직 대통령이 구속 상태에서 탄핵 심판 변론을 위해 심판정에 서는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상황인 만큼 이에 따른 정치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설 연휴를 앞둔 시점에 전격적으로 탄핵 심판에 출석함으로써 명절 밥상머리에서 오가는 대화의 주제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사법기관의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체포적부심 청구 등 법정 공방을 이어왔지만 대부분 성과가 없었고 결국 구속영장이 발부되며 현직 대통령 최초로 구치소에 수감되기에 이르렀다. 애초에 승산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 윤 대통령의 법적 투쟁이었지만 이를 통해 사법기관의 부당한 법 집행에 저항하는 피해자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효과는 거뒀다는 평가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남은 선택은 극렬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여론전이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에 체포되기 직전 촬영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구속을 전후로 육필 원고와 옥중서신을 공개한 것도 여론전의 연장선상이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론이 높아진다면 수사기관이나 헌재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다만 최근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직후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난입 소요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이러한 윤 대통령 측의 여론전이 꼽히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국민의힘이 사법부를 인정하지 않고 폭력을 부추기며 극우적 행위를 지속할 경우 역풍이 불 수도 있어서다. 당장 야권에서는 지지층의 강경 행동을 부추겼다며 여권 인사들의 책임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최근 보수층 결집으로 지지율이 역전되는 등 위기감이 높아진 더불어민주당에선 서부지법 소요 사태를 정국 반전의 계기로도 보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입장에선 '정치 재판' 성격이 짙은 헌재의 탄핵 심판에 맞서기 위해 지지층 결집을 통한 여론의 반전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향후 나오는 윤 대통령 측의 메시지는 '폭력을 자제하되 정당하고 평화적인 지지 활동은 지속해 달라'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윤) 대통령은 오늘 새벽 서부지법에서 발생했던 상황을 전해 듣고 크게 놀라며 안타까워했다"며 "국민들의 억울하고 분노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 달라고 당부했고 경찰도 강경 대응보다 관용적 자세로 원만하게 사태를 풀어나가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