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장군" 외치고 자폭은 사실…전선돌격대 북한군이 마주한 현실

김인한 기자
2025.03.05 05:32

[the300] "자폭 여러번 봤다"…북한군 1만2000명 궤멸 우려에도, 최근 1000명 이상 추가 파병 동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히며 공개한 사진. / AFP=뉴스1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전쟁에 대한 정보도 없이 급히 전선에 투입돼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동료들이 모두 희생됐다'는 북한군 포로의 증언이 객관적 사실은 아니더라도 약 1만2000명 규모로 추정되는 북한군 상당수가 죽거나 다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군이 전선돌격대로 투입되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일부는 자폭도 불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군 포로 리모씨와 백모씨의 증언을 이같이 전했다. 관련 증언은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에서 유 의원이 북한군 포로 2명을 인터뷰한 내용이었다.

포로 리모씨는 북한군의 피해 정도에 대해 "선행한 전투단들이 모두 희생되고 부상을 입었다"며 "우리가 마지막 전투단이었다"고 말했다. 포로 백모씨는 자폭 관련 질의에 "목격도 많이 했고 나 역시 부상 당해서 쓰러질 당시 자폭용 수류탄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적에게 잡히면 그 자체가 어쨌든 조국에 대한 배반이니깐 스스로 그렇게 (자폭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증언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최정예 부대원 약 1만2000명을 러시아에 파병한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군은 러-우 전쟁 격전지인 쿠르스크 지역에 전선 돌격대로 투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이 전선을 뚫는 역할을 하면 러시아군이 밀고 들어가는 전술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후방 화력 지원이 없고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 등에 속수무책 당하며 북한군의 피해가 커졌다고 한다.

국정원은 북한군 사상자 규모를 3000여명 이상으로 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약 40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포로 리모씨는 사실상의 북한군 궤멸을 증언하고 있어서 실제 피해는 국내외 정보당국의 예측보다 클 수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식 사상교육을 받은 북한군의 자폭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지난달 1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군 한 명이 우크라이나군에 포획될 위기에 놓이자 '김정은 장군'을 외치며 수류탄을 꺼내 자폭을 시도하다가 사살된 사례도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최근 북한군의 막심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약 1000명 이상을 추가 파병한 것으로 우리 군과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군은 월급 2000달러(약 300만원)를 받고 있다는 게 국정원의 추정이다. 이 때문에 심각한 경제난에 허덕이는 김정은 정권이 외화벌이 목적으로 사실상 자국 군인들을 러시아에 팔아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가진 우크라이나 북한군 포로 면담 결과 기자회견에서 북한군 포로의 육성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북한군의 참혹한 현실이 드러나면서 북한군 2명 가운데 리모씨는 한국 귀순 의사를 밝혔다. 또다른 포로인 백모씨도 귀순 의사와 관련해 "결심이 생기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며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백모씨가 앞으로 한국으로의 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포로 교환 상황 등에 따라 북한행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네바 제3협약에 따르면 북한군은 전쟁포로 지위를 부여받고 러시아로 송환될 수 있다. 이 협약은 적군에 생포된 시점부터 '전쟁 포로'로서 인도적 대우를 받아야 하며 전쟁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전쟁이 종료되면 포로는 지체없이 석방, 본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명시한다.

리모씨에 대한 한국 송환 협상은 물밑에서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 제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된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및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북한이탈주민법)에도 군사분계선(MDL) 이북 지역에서 벗어난 북한 주민의 보호를 규정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군 포로와 관련해 "북한군은 헌법상 우리 국민이며 개인의 자유의사 존중이 국제법과 관행에 부합한다"며 "우크라이나 측과 계속해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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