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가 계속 진통제 먹고 버티겠다고 하는 꼴이죠."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당의 현 상태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당이 전면적 대수술이 필요한 '환자'에 가까운데 임시방편으로 현상유지에만 목매는 상황이란 한탄이다.
국민의힘은 6·3 대선 패배 이후 한 달 동안 지리멸렬하며 별다른 혁신을 이루지 못했다.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탄핵 반대 무효화 등 '5대 혁신안'을 발표했으나 당내 주류의 반발에 부딪히며 좌초됐다. 당내 기득권이 공고한 탓도 있지만 문제에 대한 면밀한 진단 없이 일방적으로 설익은 처방을 내놓으며 혁신의 동력을 까먹었단 비판도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가 취임해 혁신위 구성을 공약했지만 이 또한 공전했다. 6월 말까지 임기를 지킨 김 전 위원장과 충돌하며 약 2주간 당이 붕 뜬 것이다. 보수 궤멸의 절체절명 상황에서도 혁신이란 대의보단 물밑 계파간 이해관계와 밥그릇 싸움이 우선된 탓이란 평가다.
당 보좌진 등 관계자들 사이에선 "1년 간 떠나 있자" "도망치자"란 자조의 목소리도 나온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에야 당이 정신을 차릴 것 같다고 푸념하는 이도 있다. 즉 향후 1년 간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정권을 빼앗기면서 보수 지지층은 엄청난 실망감과 좌절감에 빠졌지만 아직 국민의힘 의원들은 큰 위기의식을 못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다음 총선까지 의원들의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았단 점이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막 출범한 송언석 비대위엔 구주류인 친윤석열계가 대거 포진했다. 혁신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제는 본인들끼리 한다는 걸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 비주류인 안철수 의원이 2일 혁신위원장에 전격 내정되면서 당이 수술대에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안 의원은 적어도 진통제 처방이 아닌 대수술을 벼르고 있다. 그는 국민의힘이 "사망 선고 직전의 코마(의식불명) 상태"라며 "메스를 들겠다"고 했다.
당이 안 의원의 집도를 온전히 받아들일지는 의문이지만 강하고 명확한 혁신 의지는 반길 만하다. 대한민국 정치의 한쪽 기둥인 보수의 재건을 위해서라도 안 의원의 수술이 성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