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외교·국방(2+2) 장관급 회의' 신설을 통해 지역 내 안보 과제를 수시로 소통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 한일 양국이 협력해 역내 리스크를 줄이고 공통의 안보 과제에 대응하자는 주장이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일본 게이오대 교수(한반도연구센터장)는 지난 8일 도쿄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를 통해 "양국이 직면한 지역의 안보 과제를 정례적으로 협의하는 2+2 장관급 회의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니시노 교수는 "한일 양국 모두 중국의 군사적·경제적 위압에 직면한 가운데 동맹국인 미국과 연계해 대(對)중국 정책을 공조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일 프레임 워크를 대중국 견제의 틀로 활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한일 양국에 중국은 중요한 이웃"이라며 "중국과의 건설적인 관계 구축도 절실하다"고 했다. 또 "한일은 대중 억지력의 관점에서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면서도 미중 대립이 더 이상 격화하지 않도록 공동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시노 교수는 그동안 중국이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을 벌인 데 더해 최근 우리 서해에서 중국이 어업 시설 등을 무단으로 설치하는 행위에 우려를 표했다. 또 중국의 핵능력 강화가 지역의 안보 지형을 뒤흔들 수 있는 최대 위협이라고 경계했다.
니시노 교수는 "일본 내에서 한미일·한일 안보협력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고 있다"며 "안보협력은 억지력을 높는 군사협력도 있지만 한일이 역내 국가들에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등을 공동으로 노력하는 것도 지역의 평화·번영에 큰 의의가 있다"고 했다.
다만 "중국을 상대로 한 한일 양국의 안보협력은 시기상조"라면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 대응을 넘어 한일 정책협의나 전략대화 활성화를 통해 대중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정책의 차이를 좁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일 양국은 2+2 회의를 국장급에서 비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2+2 장관급 회의 신설과 한일 공동 군사훈련 추진을 논의했지만 12·3 비상계엄 이후 관련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니시노 교수는 '한국 내에선 역사 문제로 일본과의 군사협력에 부정적 시각이 있다'는 질의에 "영국·호주·필리핀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등을 체결하며 '준동맹' 관계를 구축했다"며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으로부터 큰 피해를 입은 국가와 준동맹 관계에 이른 것은 안보적·역사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했다.
필리핀과 호주 등도 일본과 과거사 문제가 있지만 중국의 해군력 증강 문제를 공동 위협으로 인식하며 군사협력에 나서고 있다. ACSA는 유사시 탄약과 식량, 연료 등 군수물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국가 간 약속을 의미한다.
ACSA는 실제 병력과 장비가 이동한다는 점에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증대, 중국의 핵능력 확보 등의 상황에서 한일이 이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협정의 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니시노 교수는 "한일 양국은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어려운 국제정세 속에서 지정학적으로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수교 60주년 등을 계기로 안보협력 심화가 한일관계 진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1973년 출생 △일본 게이오대 법학부 정치학과 졸업 △게이오대학교 대학원 석사 △한국 연세대 정치학 박사 △게이오대 법학부 정치학과 교수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장 및 한반도연구센터장 △일본 외무성 정보분석국 한반도 담당 전문분석원 △주한일본대사관 정치부 전문조사원 △미국 우드로 윌슨센터 객원연구원 △미국 조지 워싱턴대 객원연구원 △미국 하버드-옌칭 연구소 교환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