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상정 직전에…당정대 "금융위 개편 철회" 전격 결정, 왜?

오문영 기자, 김지은 기자
2025.09.25 14:00

[the300]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9.2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5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 개편 내용을 전격 제외한 것은 야당의 반대로 후속 입법이 제때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수개월간 불완전한 과도기 상태에 머물며 현장의 혼란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긴급 고위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 협의 이후 "금융위원회의 정책·감독 기능을 분리하고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내용 등을 철회하고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의에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김병욱 정무비서관, 민주당 지도부가 참석했다.

한 의장은 "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민생경제 회복 등 핵심 경제 현안에 동력을 모아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며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한 여야 대립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는 물론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까지 고려되는 상황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으로 소모적 정쟁을 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대 회의를 마친 후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2025.9.2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당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에서 분리되는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금융위는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해 금융감독과 소비자 보호에 전념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금감원에서 분리해 신설, 공공기관으로 지정한 뒤 금감위의 통제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후속 입법인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 등이 야권 반대 속에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무위원회에서 장기간 계류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여권에서 이어져 왔다. 민주당은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우회 처리하는 계획을 고려했으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도 법안 통과까지 최장 330일(상임위 180일·법제사법위원회 90일·본회의 60일)이 소요돼 신속한 처리가 어렵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개편안 시행 시기를 내년 1월 2일로 명시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 간부들이 사표를 제출하고 금감원 직원들이 장외집회에 나서는 등 금융당국 내부 동요가 증폭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금감원 비상대책위원회 직원들은 전날 국회 앞 도로에 집결해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경찰 추산 1500명, 자체 추산 1800명으로 금감원 직원 전체(2600명)의 절반을 넘겼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조직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당장 내년부터 개편이 이뤄져야 하지만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 처리가 늦어질 경우 금융위가 국내 금융정책을 계속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기간에 시행되는 각종 정책을 두고 부처 간 책임, 법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기재부에서 분리되는 재정경제부에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이 통합될 경우 재경부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지는 게 아니냔 민주당 내 우려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병욱 정무비서관은 이날 당정대협의 이후 기자들에 "정부조직법 개정을 논함에 있어 필리버스터를 하고 패스트트랙을 지정하는 불안정한 상황을 지속하는 것은 모험"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야당에 협조를 구하고 정부조직 개편에 있어 여야가 함께 합의처리를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봐달라"고 했다.

한 의장도 이날 금융당국 조직개편안 철회를 밝힌 뒤 국민의힘을 향해 "야당의 의견을 존중해 정부조직법 개편에 속도를 조절한 만큼 대결이 아닌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촉구했다. 또 "오늘 상정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수정안)에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의 협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라고 했다.

민주당은 금융당국 조직개편과 관련해 필요할 경우 추후 논의와 함께 관련 상임위원회와 협의하겠단 입장이다. 한 의장은 "필요하다면 추후 논의할 수 있다"며 "이와는 별개로 법률 개정 없이 금융감독 체계상 소비자 보호 기능에 공공·투명성 제고 방안을 우선 마련해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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