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또 한 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선택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세 번째다.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지만 연이은 필리버스터로 인한 정치적 피로감 등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상정된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4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 일정을 한 시간 넘게 미루며 협상을 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네 개의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4박 5일간 국회 내에서 국민 여러분께 정부조직법에 심각한 문제가 내포돼 있다는 점을 소상히 밝히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정부 들어 필리버스터를 실행한 것은 세 번째다. 지난 7월과 8월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방송 3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상법 개정안 등에 대해 필리버스터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세 달 연속 국민의힘은 야당이 국회에서 동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필리버스터를 쓰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은 연이은 필리버스터가 민주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 시도에 의한 어쩔 수 없는 대응이라고 주장한다.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등은 경제계에 미칠 영향이 큰데 이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당의 폭거라는 것이다. 이날 상정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검찰청 해체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데 민주당이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강행하려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우리가 연달아 필리버스터를 하는 것은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법의 문제점에 대해 국회에서 반대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뿐이기 때문"이라며 "문제가 심각한 법안인데 야당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문제는 피로감이다. 매달 반복되는 필리버스터는 자칫 국민에게 민생을 외면한 채 여당의 발목만 잡는 야당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 국민의힘은 민생 법안에는 협조하면서 한발 물러섰다. 국민의힘은 이날 상정된 2025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성공 개최 결의안, 산불 피해 지원 대책 특위 활동 기한 연장 안, 2024년도 국정감사 결과 보고서 채택 안, 2025년 국정감사 정기회 기간 중 설치 안, 문신사법안 등에 대해서는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선명한 야당의 모습도 좋지만 너무 발목을 잡는 이미지가 생기는 것도 부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