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첫 정부조직 개편 방향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6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에 따라 검찰청은 창설 78년 만에 폐지되고 기획재정부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어지게 됐다. 국민의힘은 "개악법"이라고 주장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전날 시작된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24시간28분만에 강제 종결했다.
토론이 종결된 직후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곧바로 본회의 표결에 부쳐져 재석 180명 가운데 찬성 176명으로 가결됐다. 당초 우원식 국회의장이 174명이 찬성한 것으로 선포했으나 일부 의원들이 버튼을 잘못 눌렀다며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에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국가 미래와 민생경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개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오후 6시30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자 곧바로 토론 종결을 요구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현재 298명)의 3분의 1 이상이 종결 동의서를 제출하면 이로부터 24시간이 지난 뒤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종결할 수 있다. 민주당(166석)과 범여정당 의석만으로 토론 종결부터 안건 표결까지 모두 가능한 셈이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1948년 출범한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대신에 공소 제기와 유지를 담당할 공소청과 중대범죄 등의 수사를 맡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새로 만들어진다. 기획재정부는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세제와 국고(결산) 정책을 담당할 재정경제부, 예산 편성과 재정 정책 등을 맡는 기획예산처로 분리된다. 신설되는 기획예산처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편재된다.
환경부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을 넘겨받아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폐지하고 위원 정수를 방통위에 견줘 늘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신설된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개편되고, 교육부 장관이 겸임하던 사회부총리 직은 폐지하되 미래 기술 대응을 위해 과학기술부총리가 신설된다. 개정안에는 개편 시행 시기가 내년 1월 2일로 명시됐다.
'금융위원회 해체·금융감독원 분리'를 골자로 한 금융당국 개편안은 개정안 상정 직전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 협의를 거쳐 제외됐다. 야당의 반대로 후속 입법이 지연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이 몇 달씩 불완전한 과도기에 머물며 현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있다.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민주당 요구를 받아들여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이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맞서며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료방송 업무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이관하는 게 골자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부수 법안이다.
민주당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에 이어 △정부조직 개편을 반영해 국회 상임위원회의 명칭 등을 변경하는 국회법 개정안 △위원회의 활동기한이 종료되더라도 증인·감정인의 위증을 국회 본회의 의결로 고발할 수 있게 하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을 순차적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이 이들 법안 모두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예고하고 있어 오는 29일까지 24시간마다 토론 종료 후 표결 절차가 반복되며 본회의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