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문' 트럼프, APEC은 불참?…"다자외교 대신 김정은 만날 수도"

김인한 기자
2025.10.09 15:38

[the300]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시진핑과 연달아 정상회담 예정…美中 사이 균형 유지해야 하는 과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반파시스트 운동 '안티파' 관련 원탁회의를 주재하던 중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전한 메모를 읽고 있다. 메모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협상이 매우 근접했고 곧 트럼프 대통령을 필요로 한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 한국을 방문해 곧장 귀국하는 방안이 유력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APEC 본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고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회담 후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외교적 주목도가 떨어지는 다자외교 무대 대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깜짝 만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9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외교당국은 오는 29일쯤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은 당일치기 또는 1박2일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출국하는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경우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시 주석과 한국에서 회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간 관세 등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APEC을 중국과의 협상 무대 정도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 APEC 전 26~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일본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27~29일에는 일본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자민당 총재를 만날 전망이다. 다카이치 신임 총재는 오는 15일 총리 지명을 거쳐 정식 총리로 취임할 예정이어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2번째 미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반파시스트 운동 '안티파' 관련 원탁회의를 주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 AP=뉴시스

전직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외교 대신 양자외교를 선호하지 않느냐"면서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APEC이 열리는 한국에선 당일치기 또는 1박2일 일정을 소화하고 일본에서 2박3일 머무른다면 우리 측에 관세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목적일 수 있다"고 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다자외교 무대에 큰 관심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APEC 일정 계기로 김정은과의 만남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김정은이 정상국가로서의 위상을 원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가 아닌 신뢰 형성 차원에서 만나겠다고 하면 두 정상 모두에게 아쉬울 게 없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과의 조속한 만남을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peace maker), 자신을 '페이스메이커'(pace maker)로 비유하며 북한 문제에 힘을 모으자고 했다.

김 위원장도 지난 22일 북한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일정을 당일치기 또는 1박2일 일정만 소화할 경우 APEC의 의미가 반감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APEC은 지난해 계엄 국면 이후 한국이 주최하는 첫 다자회의다. 미중·미북 정상회담 등만 열릴 경우 우리 측의 노력도 희석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APEC 기간 미중 정상을 만나 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실질적 외교 성과를 이끌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