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향해 공세를 퍼붓고 있다. 복잡한 정책 대신 이재명 정부의 약한 고리로 지목된 김 실장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지지층 결집, 중도 확장 등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경남 창원의 한 자동차 부품 업체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실장은 몇십 년 동안 이재명 대통령과 거의 한 몸처럼 움직인 사람이다. 어떻게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수 있겠나"며 "이렇게 SNS(소셜미디어)가 발달한 이 사회에서 어떻게 진실을 감추겠나. 국감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김 실장에 대한 실체는 계속해서 국민 앞에 낱낱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현재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17개 국회 상임위원회 가운데 최소 6곳에서 김 실장의 증인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뿐 아니라 법제사법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등에서도 김 실장의 출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김 실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그만큼 김 실장이 전방위적으로 관여한 실세 중에 실세라는 점을 나타내는 방증이라고 본다"며 "총무비서관 시절 여러 가지 직권을 남용했다고 보일 수 있는 장관급 인사에 관여한 부분에 대해 국정감사에 나와 성실히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의 국회 출석 여부가 정치적 쟁점이 된 것은 당초 김 실장이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던 지난달 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심사소위원회에 출석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여당이 관행적으로 운영위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던 김 총무비서관의 증인 채택에 반대했고, 이후 대통령실이 김 총무비서관을 부속실장으로 인사를 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선 김 실장을 국감에 내보내지 않기 위해 인사를 낸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후 국민의힘은 연일 김 실장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전 이화영 경기부지사 재판 관련 보도를 언급하며 "김현지 실장이 대통령 관련 재판에 깊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김 실장이 경기동부연합과 연결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행안위 국감에서 "김 실장이 보좌관 시절 (국회에) 등록한 재산 규모와 현재 공개된 재산 규모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정부 정책 대신 특정 인물을 집중 공격 포인트로 택한 것은 김 실장 관련 논란이 복잡한 설명없이 권력 내부에 대한 호기심과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여서다. 김 실장을 놓고 '권력 사유화', '권력 실세' 프레임을 만들어 이재명 정부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함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을 포섭한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통해 정권의 중심에 균열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캄보디아 한국인 감금·납치사건, 민주당 사법개혁 드라이브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김 실장 개인에 대한 과도한 공세가 되려 피로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김 실장이 국감에 출석해, 속된 말로 고생 좀 하고 오면 끝날일 아닌가"라며 "국민의힘이 소모적인 정쟁보다는 국민 보호와 민주주의 수호 등 핵심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여야 합의에 따라 증인으로 채택된다면 김 실장이 국감에 출석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도 "김 부속실장이 국정감사에 못 나올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김 실장을 고리로 대여 공세의 수위를 끌어올리는 상황과 관련, 여당은 "정쟁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며 증인 채택에 신중한 입장이다.
실제로 국회 운영위원회는 전날 전체 회의를 열고 김 실장의 국감 증인 채택 문제를 논의하려고 했지만 민주당의 요구로 순연됐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이 여러 상임위에 나오는 것이 어렵다면 운영위 한 곳만이라도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는데 민주당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국감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아직 (김 실장) 출석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논의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속실장이 총무비서관일 때도 국감 못 나올 이유가 없다고 했다"며 "그런데 국민의힘에서 계속 정쟁을 하면서 국감은 지금 대통령실에서 있는 일을 물어야 하는데 과거 성남시장 (당시 있었던) 일로 정쟁하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김 부속실장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 국감의 본질을 흐리는 행태"라면서 "스토커 수준의 집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