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 6시간이 사라졌다. 회의가 여야의 '문자 논쟁'으로 파행돼 해질녘이 돼서야 질의가 개시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정쟁으로 일반적인 국민, 피감기관 증인 등의 권리가 침해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방위 회의장에서 피감 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회의원 질의는 오후 4시30분 시작됐다. 의원들 질의는 통상 오전 10시쯤 기관 증인 선서를 한 뒤 진행되지만 일몰 약 1시간20분 전에야 첫 질의가 이뤄졌다.
이날 과방위에 출석한 피감 기관은 한국수력원자력, 우주항공청 등이다.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의 안정성과 관리 방안 △원전 수출 확대 과정에서의 국제적 신뢰 유지 등에 대한 점검 △미래산업 전략 기관으로서의 우주청의 운영 등 국회가 다뤄야 할 중요 사안이 산적한 날이다.
질의가 늦어진 이유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극한 갈등으로 인한 회의 파행이다. 양당의 대립은 지난 14일 한 차례 벌어졌던 김우영 민주당 의원과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문자메시지 공개 논쟁'이 재발하며 불거졌다. 여야는 당시 회의장에서 고성과 함께 막말을 주고받으며 갈등을 빚었다.
이날 오전 질의 시작 전 김·박 의원에게 논란에 관한 해명, 사과를 하기 위해 신상발언 시간이 부여됐다. 그러나 두 의원이 신경전을 지속했고, 오전 회의는 개의 약 40분 만인 10시55분 정회된 뒤 진행되지 않았다. 여야는 오후 2시에는 문제를 정리하고 넘어가기 위해 증인·참고인을 회의장 밖에 대기시킨 채로 회의를 재개했다. 그러나 여야 갈등이 이어졌고, 최민희 위원장이 회의를 비공개 전환했다. 국정감사를 비공개 전환하면서 카메라·펜 기자들까지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후 여야는 약 2시간의 비공개 회의에서 한동안 신경전을 주고받았다. 이에 과방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날 회의를 중단한 뒤, 오는 28일 같은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한 감사를 열자는 말까지 나왔다. 다만 오후 4시가 넘어 김 의원과 박 의원이 극적으로 화해하며 회의가 재개됐다. 한 의원은 "날짜를 옮기는 것은 안된다는 생각에 화해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지켜본 국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여야가 정쟁 때문에 행정부·피감기관에 대한 견제라는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정감사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 충족, 문제점 공론화 등을 해야 하는 국회의 의무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비공개 전환이 이례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국정감사는 군사 기밀 등 공개되면 안되는 사안을 다루거나 증인의 신원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 등이 아니면 통상 언론에 공개해서다.
전국 각지에서 여의도로 온 피감기관 관계자, 기업인을 몇 시간씩 대기 시킨 것에 대해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여야 간 논란으로 국정감사가 늦어지고 오늘 참석하신 불편을 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질의 시작 전 "아침 9시30분, 10시쯤 모여서 꽤 오래 기다리신 것 같다"며 "국회 상황이 이렇다"며 미안함을 표했다.
추석 연휴까지 반납하며 질의를 준비한 보좌진들도 아쉬움을 표했다. 모 의원실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묵묵히 정책 감사 준비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힘이 빠진다"고 했다.
국회 관계자는 "약 6시간 동안 과방위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시간과 노력을 짓밟았는지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방송으로 보는 국민, 현장에 있는 증인도 다 국민"이라며 "깽판 치고 정치질 하느라 할 일도 제대로 안한다. 할 일이나 잘 하고 싸움들을 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