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인천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사건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의원들은 관세청장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따져 물으며 당초 의혹을 제기했던 마약 운반책의 진술이 허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당부한 데 대해서도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백해룡 경정의 망상에 불법적인 지시를 했다"고 비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관세청 등을 상대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만약 운반책의 진술은 모든 것이 완전히 허위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백 경정의 완전한 망상을 가지고 이재명 대통령은 백 경정을 검경 합동수사팀에 파견까지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2023년 1월 말레이시아 국적 피의자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대량의 필로폰을 밀수한 것과 관련해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인천 세관 공무원 연루 진술을 확보, 수사하던 중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과 경찰, 검찰, 국가정보원, 관세청 고위 간부들이 사건 은폐를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유 의원은 이명구 관세청장을 상대로 마약 운반책 진술의 신빙성을 따져 물었다. 유 의원은 "운반책은 '세관 제복을 입은 직원 2명이 그린라인을 따라 입국장을 빠져나왔고 공항 밖 택시 승강장까지 운반책 2명을 안내했다'고 진술했다"며 "그런데 운반책이 세관 제복을 착용한 직원이라고 지목한 A씨는 당일에 연가로 근무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지목된 다른 직원인) B씨는 사복 근무를 한 사람이었다. (운반책이 추가로 지목한) C씨는 사건 시간대에 아예 출입 기록이 없다"며 "운반책은 직원 D씨가 4번 검사대에서 근무했다고도 했는데 D씨는 당일에 아예 검사대 근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제시하며 이 청장에게 "제가 말한 내용이 맞느냐"고 여러 차례 물었다. 이에 이 청장은 "네"라고 답했다.
유 의원은 또 "외압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인 백 경정을 수사팀에 파견하는 것은 '외압을 당한 피해자는 수사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을 어기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불법적인 지시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도 "백 경정은 전형적인 과대망상 음모론자"라며 "마약 운반책이 이야기하는 관세청 직원들의 동선과 근무 일정이 하나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백 경정은 운반책 이야기만 믿고 무리하게 수사했고 경찰도 '이건 아닌 거 같다' 한다. 그러다 보니 검찰도, 국정원도 별 움직임이 없으니 갑자기 수사 외압이라고 하면서 그 정점에 윤석열·김건희가 있다고 결론 내린다"며 "이게 완전한 소설이고 망상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윤석열·김건희는 그렇게 유능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수사 외압이 있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히면 영웅이 될 건데 왜 관세청과 검찰, 경찰, 국정원에서 단 한 명도 수사 외압을 받았다는 사람이 안 나오겠나"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이 청장이 "지금까지 수사 외압을 받았다고 한 직원은 없다"고 하자, 천 의원은 "당연히 망상이니까 없는 것"이라고 받았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도 "대통령이 특정 사건 수사에 직접 개입한 것도 문제지만 의혹 제기 당사자(백 경정)를 수사팀에 합류시켜서 셀프 수사하게 한 것은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백 경정의 일방적 주장을 전제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수사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박대출 의원은 "이 사건을 보면 넷플릭스 블랙코미디 영화를 보는 것 같다"며 "관세청과 백 경정 사이에 누가 진실인지를 밝히는 노력을 먼저 했더라면 이건 대통령까지 갈 사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해당 사건은 현재 경찰과 검찰 합동수사단에서 조사 중"이라며 대체로 말을 아꼈다. 백 경정이 주장한 '2023년 10월 관세청장의 대통령실 방문'과 '관세청장과 용산 대통령실 간 200여 차례 통화' 관련 질의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것으로 안다" "그 부분은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의 엄정한 수사를 당부한 데 대해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취지로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