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외교주간에 '국익 중심 실용외교' 역량을 스스로 증명했다. 미국으로부터 관세협의 후속협상 타결과 핵추진 잠수함 건조승인 등을 얻어내는 한편 중국, 일본과 정상회담도 원만히 풀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총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투자펀드 중 조선업협력펀드를 제외한 에너지·AI(인공지능)·첨단제조 등 분야에 2000억달러(약 280조원)를 장기적·단계적 투자키로 합의했다. 연간 최대 투자한도는 200억달러(약 28조원)로 제한했다.
이로써 자동차를 포함한 한국 제품에 대한 관세는 기존 25%에서 15%로 낮아졌다. 반도체의 경우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공급을 촉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승인했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선 비핵화 및 평화의 실현을 위한 구상을 소개하고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화답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한중관계를 전면적으로 복원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지난달 30일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이어가기로 뜻을 모았다. 당초 다카이치 총리는 강경 우익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한일관계가 다시 경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걱정이 다 사라졌다"고 밝혔다.
지난 1일 APEC 정상회의에선 회원국 만장일치로 '경주선언'이 나왔다. 경주선언은 APEC 정상문서로는 처음으로 문화창조산업을 아·태지역의 신성장동력으로 인정하며 협력의 필요성을 명문화했고 APEC 최초로 AI 공동비전인 'APEC AI 이니셔티브' 등이 채택됐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얻어낸 것이 중요하다. 허들(장애요소)이 많으니 이제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과 같은 국제정세에 (중국이) 북한과 거리를 두는 것은 쉽지 않다"며 "(한국이) 중국과 관계를 정상화한 측면에서 성과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