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을 방문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들이 던진 메시지의 공통점은 동맹의 역할과 책임이 더 커져야 한다는 것이다. 동맹에 일방적 호혜를 베풀어 불이익을 받았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식에 따라 미국의 국방·안보 전략도 변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차원에서 주한미군이 북한 대응을 넘어 중국 견제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주국방'을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대장)은 지난 17일 주한미군 홈페이지에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 구조 안에서 전략적 깊이와 중심적 위치를 제공하며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비용 부과 능력'(cost-imposition capabilities)이라는 추가적인 이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브런슨 사령관이 거론한 비용 부과는 경기 평택에 캠프 험프리스가 위치함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가 동해와 서해로 진출할 때 각종 위험과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존재 자체가 중국과 러시아 등의 작전을 억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브런슨 사령관은 뒤집힌 한반도 지도를 공개하며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캠프 험프리스에서 북한 평양은 약 250㎞, 중국 베이징 약 960㎞,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약 800㎞ 거리라고도 했다.
브런슨 사령관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연이어 거론하는 것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 내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익명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현재 2만8500명 규모의 주한미군 가운데 4500명 가량이 순환 배치가 이뤄지고 있는 점으로 볼 때 미군 감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주한미군의 주력 임무가 '대북 억제'에서 '대만 등 한반도 인근 지역 관리'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임명된 대럴 커들(Daryl Caudle) 미국 해군참모총장(대장)은 지난 14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등 내외신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SSN·핵잠)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며 미 해군은 한국의 핵잠이 중국 억제를 기대한다고 했다.
당시 커들 총장은 '한국이 핵잠을 확보하면 중국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의엔 "그 잠수함을 중국을 억제하는 데 활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며 "그런 종류의 능력을 갖추면 미국은 동맹으로서 함께 협력해 미국이 '경쟁적 위협'(pacing threat)으로 규정하는 중국과 관련된 공동 목표를 달성하길 기대할 것"이라고 했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분쟁시 주한미군이나 한국군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대해선 "중국과 미국처럼 동급 경쟁 관계에 있는 강대국 간 충돌이 발생하면 '전력 총동원'(all hands on deck)에 가까운 상황이 된다"며 "그런 상황에서 각자의 역할과 기여가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은 순진한 접근일 것"이라고 했다.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등을 적극적으로 동원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옛 국방부) 장관도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이후 '주한미군이 대만 유사 시 투입될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의에는 가능성이 열려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가 북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어깨를 나란히 해서 그것이 대한민국에 위해가 되지 않게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시에 역내에 다른 어떤 비상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한미 양국 간 솔직한 대화를 통해 효과적으로 대처하게 될 것이고, 결론적으로는 대북 재래식 방어에서는 대한민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곧 발표할 국방전략에 미군의 재편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 70여년간 한국 안보를 지탱해오던 기본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인식 아래 한미동맹과 자주국방의 두 축을 재구성하는 전략 마련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