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정부·여당에 반격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을 놓고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계엄을 옹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메시지를 내면서 당내에서 장 대표를 향한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장 대표는 3일 SNS(소셜미디어)에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며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체 또는 개별적으로 낸 사과 메시지들과는 결이 다르다. 송언석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에서 "국민들께 큰 충격을 드린 계엄의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한 내용과도 상충된다.
당 안팎에서는 장 대표 메시지를 두고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장 대표가 사과와 옹호의 중간쯤으로 메시지를 조율할 것으로 봤는데 아예 옹호로 기울어 놀랐다"며 "당에서도 메시지를 보고 한숨을 쉬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역할을 정교하게 나눠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당내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장 대표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도 제기됐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에 "비상계엄 선포 이후 오늘로 만 1년이 됐다. 그동안 대한민국 정치는 망가졌고 정치적 양극화는 심화됐으며 보수 정치는 퇴행했다"며 "나는, 보수 진영은,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은 그래서 윤석열을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장 대표는 반성과 성찰은커녕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식의 또 다른 '계몽령'을 선언했다"며 "몹시 실망스럽다. 12·3 비상계엄이 '의회 폭거에 맞서는 계엄'이라면 장동혁 대표는 왜 해제 표결에 참여했는가"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 대표의 리더십에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장 대표의 최근 행보에 불만을 가진 의원들이 있었지만 그동안은 당을 위해 목소리를 자제해왔다"며 "계엄 1년 메시지가 이런 식이라면 억눌려 있던 불만이 표출될 수밖에 없고 결국 장 대표가 당을 이끌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정부여당이 부동산, 대장동 항소 포기 등으로 실책을 할 때마다 장 대표는 윤석열 면회, 우리가 황교안이라는 발언 등으로 논란을 키웠다"며 "추 의원 영장이 기각된 이 시점에 왜 또 이런 메시지를 내 논란을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내년에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윤 어게인'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겠느냐"며 "민주당과 접전을 벌이는 지역의 후보들은 조만간 장 대표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