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과 합당논의 중단으로 논란을 일단락한 정청래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국민과 당원 앞에 고개를 숙였다. 갈등은 잦아들었지만 당내 소통이 사라진 '당원바라기' 정치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 잠복기에 들어간 당내 계파갈등이 언제든 다시 표면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1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손을 맞잡고 "잘하겠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정 대표는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오직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큰 같음을 바탕으로 총단결하겠다"고 했다. 통합에 반대했던 최고위원들은 "고뇌 끝에 결단을 내려준 정 대표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지방선거 전까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논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당내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정 대표가 혁신당에 제안한 합당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정 대표는 최고위에서 화합을 강조하면서 "이재명정부의 성공만을 생각하고 지방선거 승리에 도움이 되는 일만 하도록 하자"며 "더이상 합당논란으로 우리의 힘을 약하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반대여론을 주도했던 이언주 최고위원은 "혼란과 갈등을 불러왔던 논의가 일단락돼 다행"이라고 했다.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지난 3주간 힘든 여정이었지만 민주당이 얼마나 다양하고 건강한 정당인지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갈등은 봉합됐지만 당원주권주의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도부와 의원간 최소한의 소통과 설득의 과정도 없이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행태가 사태를 더 키웠다는 것이다.
문제의 시작은 정 대표의 갑작스러운 합당제안 발표였다. 이 과정에서 최고위도, 당내 의원들도 1차 설득대상이 아니었다. 여당 관계자는 "성공했다면 정치적 승부수가 될 수 있었겠지만 발표시점과 방식을 포함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 무모한 일방통행에 가까웠다"고 평했다. 당 지도부는 두 편으로 갈라져 분당도 불사하듯 갈등했다.
혁신당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와 지방선거 후 통합추진에 일단 응했다. 그러면서도 당장 "선거연대는 어쩔거냐"를 묻고 나섰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대와 통합 추진준비위 관련 양당간 회동이 이뤄지면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합당동력은 크게 약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월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은 곧바로 8월 전당대회 모드에 돌입한다. 정 대표가 연임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진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합당카드를 다시 내세우긴 부담스러워 보인다.
양당간 적극적인 선거연대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이대로 지선을 치르고 나면 혁신당과 합당과정에서 민주당이 치러야 할 정치적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합당 반대파들의 주장이었다"며 "이 주장에 더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