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100일 앞두고 '절윤' 요구가 거세지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외연 확장보다는 핵심 지지층 이탈을 차단하는 데 무게를 둔 전략으로 읽힌다. 당 지도부의 강성 기조 유지가 선거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장 대표의 '절윤 거부' 기자회견 이후 촉발된 국민의힘의 내홍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당내 개혁성향의 모임인 '대안과 미래'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소셜미디어)에 "당 대표가 천명하는 '윤 어게인' 노선으로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나"라며 "장 대표가 절연 요구를 '갈라치기'로 규정했다"고 비판했다. 이성권 의원은 당 노선 결정을 위한 전당원 투표를 제안하기도 했다.
앞서 장 대표는 지난달 7일 기자회견에서 "12월3일 선포된 비상계엄은 잘못된 수단이었다"고 했다. 계엄 사과로 외연 확장에 시동을 거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 20일 회견에선 계엄을 "잘못된 선택"으로 규정하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혐의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무기징역 선고와 관련해선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당안팎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노선을 선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장 대표의 강경 노선이 일부 여론조사에서 감지된 '강성 보수 지지층'의 이탈 조짐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장 대표 측은 전화면접조사보다 적극 지지층의 응답 비중이 높은 ARS(자동응답) 여론조사를 주로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계엄 사과 등 (절연과 가까운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ARS 기반 여론조사에서 일관되게 당 지지율이 떨어졌다"며 "현 상황은 '국민의힘 코어 지지층'이 흔들리는 내우외환"이라고 했다.
특히 "품을 수 있는 보수층과 다함께 가야 한다는 게 장 대표 생각"이라며 "장 대표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이름을 활용하는 세력과 단호히 절연해야 한다'고도 했는데 일부 강성 유튜버에게 휘둘리지 않고 쳐내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지지층 내부 기류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MBC 의뢰로 지난 11~13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71%가 '당 운영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 성향이 강한 세력까지 포괄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23%로 나타났다. 장 대표는 당원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그간 취해 왔다.
장 대표의 '당권 유지'에도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비' 납부 당원은 약 110만명으로 최근 6개월간 35만명 증가했다. 지도부는 상당수가 장 대표의 선명성을 선호하는 지지층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를 1~2개월 앞두고 여권에서 악재가 터지면 중도층이 어느 정도 돌아올 수 있지만 지금은 철저히 (표를) 찍어 줄 사람에게 호소하는 게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그러나 장 대표의 '마이웨이'가 당은 물론 보수 진영 전체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란 비판이 비등하다. 당장 여론의 흐름도 심상치 않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9~2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2.6%로 전주보다 3.5%P(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민주당은 3.8%P 상승한 48.6%였다. 리얼미터는 "'윤 절연 거부' 논란으로 당내 내홍이 격화된데다 (장 대표의) 6주택 보유 논란과 다주택자 규제 반대 프레임에 따른 부동산 역풍이 겹친 결과"라고 했다.
야권 한 인사는 "장 대표가 지선 패배에도 강성 당원을 믿고 재신임이나 사퇴 뒤 당 대표 선거 재출마를 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며 "이후의 총선 일정을 감안하면 당내 의원들이 '우클릭' 행보에 더 거세게 제동을 걸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여론조사는 통신 3사 가상 번호를 통한 100%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성·연령·지역을 할당해 피조사자를 선정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 ±3.1%P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방식으로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4.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